“수사 중 사안 객관적 증거 없어”
항변권 침해 등 “절차에 문제점”
檢 수사 불응은 “당연한 권리”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100만 촛불로 확인된 민심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핵이 아무런 객관적 증거 없이 이뤄져 적법하지 않고, 대통령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서 ‘절차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국민 담화로 약속했던 검찰 조사에 불응해 국민적 신뢰를 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 행사’라고 강변했다.
18일 공개된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탄핵소추 절차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우선 “낮은 지지율(4~5%), 100만 촛불 집회로 국민의 탄핵 의사가 분명해졌다는 사유로 이뤄진 본건 탄핵 소추는 그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헌법상 대통령 임기 보장 규정 취지를 완전히 몰각ㆍ무시하는 위헌적 처사”라는 것이다.
탄핵 소추를 정당화 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순한 의혹 수준을 넘어 객관적 증거로 입증된 사실에 기반해 엄격한 법률적 평가를 거친 뒤” 탄핵 여부를 따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에 증거로 첨부된 검찰의 공소장에 대해서는 “검사의 의견을 적은 것에 불과”하다며, 증거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에 무분별하게 남발된 폭로성 의혹 제기 기사일 뿐”이라며 “객관적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아무런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 방어권이 침해 당했다는 항변도 했다.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고, 특별검사의 수사도 시작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사실 여부를 명백하게 밝힌 뒤” 탄핵 소추가 시작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수사결과를 비판해 국법 질서와 국민적 신뢰를 깨버렸다는 데 대해선 ‘본말전도’라고 반발했다. 검찰 조사 불응은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의 행사”로서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변호인을 통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이라며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절차적 문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논란이 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이 탄핵 소추와 관련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얻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헌재는 결정문에서 “탄핵 소추는 국회와 대통령이란 헌법기관 사이 문제로 사인(私人)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게 아니다”며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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