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나란히 사업권을 잃었던 롯데와 SK가 이번엔 희비가 엇갈렸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극적으로 사업권을 되찾으며 기사회생했지만, 최신원 회장까지 나서 면세점 사업권 재탈환에 공을 들인 SK네트웍스는 또다시 쓴잔을 마셨다.
두 회사의 승부를 가른 것은 경쟁력과 면세점 입지였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의 추가 허가를 결정했을 때부터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월드타워점은 2010년 이후 연 평균 21% 성장했고, 지난해에만 6,1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롯데 소공점과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이어 3위에 오를 정도로 검증된 사업장이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6월 영업을 종료했던 월드타워점은 상반기 매출만 약 3,800억원이었다”며 “영업을 계속했다면 연간 매출액이 8,0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매출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입지조건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워커힐면세점은 1992년 개점해 24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롯데 월드타워점의 절반 수준인 2,874억원에 그쳤고, 중견면세점인 동화면세점 매출(3,2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쇼핑과 카지노, 숙박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도심형 복합 리조트 면세점이라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도심에서 떨어진 입지가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와 SK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두 업체 모두가 사업권을 획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상대적으로 관광객 유치 역량이나 보세물품 관리 시스템 등에서 앞선 롯데만 합격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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