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떠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끝으로 임기 내 주요 외교일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새벽 하와이 진주만의 미군기지에 미셸 여사와 두 딸 말리아, 사샤와 함께 도착했다. 오바마 대통령 가족은 전날 백악관을 떠날 때 입었던 두꺼운 옷을 벗고 하와이 날씨에 맞는 캐주얼 한 차림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이지색 면바지에 푸른색 셔츠로 갈아 입었고 미셸 여사는 빨간색 반팔 원피스로 휴가 분위기를 냈다. 오바마 대통령 가족은 하와이 북쪽에 위치한 오하우 섬의 부촌인 카일루아 해변에서 앞으로 17일 동안 휴가를 즐길 예정이라고 NYT가 전했다. 하와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는 8년 임기 내내 이곳에서 겨울휴가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전 휴가 때처럼 어릴 적 친구들과 골프를 치거나 해변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휴가에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진주만 희생자 위령탑 공동 참배 일정을 포함시켰다. 앞서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26~27일 이틀 간 하와이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직 일본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올 5월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12월7일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국 태평양 함대를 기습 공격해 약 2,000명의 사망자를 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달 6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과 관련해 “전쟁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당시 공격에 대한) 사과를 위해 (아베 총리가) 가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한 여성이 실신하자 회견을 중단하고 자신의 주치의를 급히 부르는 등 친절한 대응으로 화제에 올랐다. CNN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중동분쟁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기자회견장 뒤편에 서 있던 한 여성이 갑작스레 얼굴이 창백해지며 쓰러졌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멈추고는 “대통령 주치의에게 서둘러 데리고 가라”는 등의 지시로 직접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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