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우선협상자 지위 박탈 부당”
市, “기본 전제는 상고” 말만 되풀이
향후 대책 없어 사업 또 표류할 듯
윤장현 시장 책임론 대두 가능성
윤장현 광주시장의 청탁 감사 지시 의혹 등 숱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운정동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12MWㆍ사업비 262억원)이 결국 미궁에 빠져버렸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녹색친환경에너지의 일부 출자자가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광주시가 협상자 지위를 박탈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8월 광주시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결정 이후 시가 사업을 중단한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와중에 이번 항소심 판결까지 나와 향후 사업 추진 방향 등을 놓고 고민이 커지게 된 것이다. 특히 실무진의 의견과 반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2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도록 지시한 윤 시장의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광주고법 행정1부(부장 이창한)는 녹색친환경에너지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배제처분을 취소하라”며 윤 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는 공모제안자가 사업제안서 접수마감일 현재를 기준으로 국가계약법 등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투자공모지침(4.1)을 내세워 일부 출자자의 부정당업자 제재 사실을 숨기고 협상을 요구한 원고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배제했다”며 “그러나 문제가 된 출자자의 제재기간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올해 3월 2일로, 사업제안서 접수마감일(지난해 9월 7일) 당시엔 제재를 받지 않았던 만큼 이 지침 규정은 시의 처분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업체는 출자자에 불과한 데다, 시의 처분으로 인해 원고의 또 다른 출자자와 시공업체 등까지 피해를 받고 있는 점 등을 미뤄 보면, 시가 행정처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보다 원고가 받게 될 불이익이 현저히 큰 만큼 시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시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배제 처분을 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청문(聽聞)절차도 밟지 않아 절차적으로도 위법을 범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시가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고 있는 업체를 대표출자자로 둔 원고에 대한 협상자 지위 배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공익상의 필요가 지위를 박탈당한 원고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우월하다”고 시의 손을 들어줬었다.
사실 이번 판결은 이미 예견됐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8월 원고 측이 광주시를 상대로 낸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배제 처분 효력정지신청사건 항고심을 맡아 시의 행정처분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소송 판도는 180도 뒤집어졌다. 당시 시청 안팎에서 제기됐던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 유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실제 현실화하자, 시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시는 향후 대응 방향을 묻는 질문에 “기본 전제는 상고하는 것”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 상고 방침을 놓고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법률심인데다, 2심 재판부가 행정절차법 위반 등 절차적 위법성까지 지적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순위 협상대상자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고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던 시는 8월 법원의 항고 일부 인용에 따라 실시설계 검토 단계에서 행정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항소심 판결의 후폭풍은 여기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윤 시장의 책임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사업 추진 과정에서 2순위 밀어주기 의혹과 항명 파동, 법적 공방 등 사업 파행의 책임이 대부분 윤 시장에 향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윤 시장은 우선협상자 지위 배제와 차순위협상대상자와 협상 개시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실무진과 의견을 달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광주시 감사위원회가 “1심 판결 후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며 차순위협상대상자와 협상을 개시하라는 윤 시장의 방침을 거부한 주무 과장에 대해 징계 의결했다가 뒤늦게 이를 유보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의 신뢰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