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의 80세 생일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은 노숙자들이었다.
교황청은 17일(현지시간)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서 기거하는 노숙자 8명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2013년 중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올랐다.
노숙자들은 생일 선물로 해바라기 꽃다발 세 묶음을 가져갔고, 교황은 이를 자신의 처소인 바티칸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의 예배당에 진열했다. 교황청은 또 교황의 생일을 기념해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자들에게 케이크, 교황 사진과 작은 선물을 나눠줬다. 교황의 이메일에는 전 세계에서 약 5만여 통의 축하 편지가 도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축하 전문을 보냈다.
교황은 이날 아침 바티칸 파올리나 예배당에서 추기경들과 특별 미사를 봉헌한 자리에서 “노년이 평화롭고, 지혜로울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미사 말미에는 “요즘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한 뒤 키케로 등 고대 로마 시인과 철학자들을 인용, “노년은 지혜에 갈급한 시기다. 내 노년도 이랬으면 좋겠다. 평화롭고, 신앙심이 깊고, 유익하며, 기쁜 노년이 되도록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추기경 등 다른 성직자들은 80세가 되면 직무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하지만, 종신직인 교황은 은퇴 연령이 따로 없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째에 접어든 2013년 86세 생일을 앞두고 건강상의 문제로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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