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그리스 선사서 1척
최대 7000억 규모 수주 기대
현대重은 이란서 연말 선물
업황개선 신호… 공격적 전략 선회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대형 계약을 따내며 연말 막판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최근 대형 수주 계약이 전 세계 조선 업황의 개선 신호로 보고,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자회사 마란가스 사로부터 17만3,400㎥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ㆍ재기화 설비(LNG-FSRU) 1척을 수주했다고 18일 밝혔다. 내년 발주하는 2척의 LNG선에 대한 추가 계약까지 성사될 경우 전체 계약 규모는 약 7,0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이 수주한 LNG-FSRU는 길이 295m, 너비 46m 규모로, 바다 밑에서 뽑아낸 LNG를 전달받아 액체로 저장한 뒤 다시 가스로 만들어 파이프를 통해 육상으로 수송하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2020년 상반기 발주처에 인도될 예정이다.
앞서 현대중공업도 지난 11일 이란 선사인 이리슬 사와 8,200억원 규모의 선박 10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정식 계약이 체결되진 않았지만 삼성중공업도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ENI 등이 발주한 3조원 규모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ㆍ저장설비(FLNG)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현재 발주 기업들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연말 이어진 대형 계약으로 수주 실적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올해 62억 달러의 수주 목표를 세웠던 대우조선은 이번 계약으로 총 수주 실적을 15억5,000만달러로 끌어올렸다. 여전히 목표의 25%에 불과하지만 막판 대형 계약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올해 수주 목표가 50억 달러였던 현대중공업도 이란 선사와의 막판 계약으로 수주 실적을 35억달러까지 올렸다. 삼성중공업이 ENI와 FLNG 계약(25억달러)에 성공하면 올해 수주 목표인 53억달러의 절반 가량을 한번에 채울 수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실적은 8억달러에 불과하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연말 수주 분위기를 이어 내년에도 공격적인 수주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은 내년 상반기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쿠웨이트 페트롤륨이 발주하는 유조선 수주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영국 석유회사 BP가 발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Semi-FPU)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이란의 선박 발주 증가, 유가 상승 등 선박 발주에 긍정적인 요인이 많아 조선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 물량이 늘더라도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국내 대형 조선사들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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