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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4차 산업혁명이 ‘수학 르네상스’ 연다

입력
2016.1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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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17년도 수학능력시험 결과 발표 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수학능력시험은 수학이 예년보다 어려워져 수리영역 점수가 변별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랜 세월 입시제도가 바뀌어 왔지만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통하여 사고력을 계발하는 수학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학은 여전히 도전해야만 하는 학문임은 틀림없다.

최근 개봉한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는 인도 빈민가 출신 천재 수학자였던 라마누잔과 그를 믿고 지원한 영국 수학자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의 우정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라마누잔은 32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고 말았지만 수리분석, 정수론, 무한급수 등 수 많은 수학 공식과 이론을 증명한 명실상부한 천재였다. 그러나 이 영화를 포함해 수학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에서 소개된 수학자의 모습은 요절하거나,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이거나, 괴짜 등으로 묘사되어 대중이 수학을 친숙하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해 살짝 아쉬웠다.

우리에게 수학은 입시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목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학은 이미 우리의 삶과 밀접한 사회 및 공공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기후변화나 지진 등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거대 석유회사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석유 매장지를 탐사하는 성과를 거둔 바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본격 선언한 올 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미래의 직업’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새로 생기는 직업 200만개 중 약 20%가 수학ㆍ컴퓨터 분야의 일자리이다. 수학 르네상스의 시대가 열리는 중이다.

순수학문으로만 여겨졌던 수학이 산업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산업수학은 수학적 이론과 분석방법을 이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최근 우리 정부도 수학을 이용해 공공문제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산업수학’ 육성 및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수학자의 입장에서 무척 반갑다. 정부는 지난 4월 수학을 활용해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수학 육성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육성방안에는 수학을 중심으로 한 산ㆍ학ㆍ연 소통과 협력 생태계 조성, 산업수학을 통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할 고급두뇌 양성과 수학 기반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2015년 기준으로 1.8%에 불과한 국내 수학박사의 산업계 진출비율을 2021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부터는 대학교수들이 수학을 활용해 기업이 산업현장에서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거나 유망 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산업수학 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3월에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에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산업수학 모더레이터(moderator)들이 활동하게 될 산업수학혁신센터도 설립하였다.

선진국보다 출발이 다소 늦었지만 정부와 기업의 강력한 의지,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를 통해 검증된 국제적으로 우수한 수학의 역량, 그리고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강점이 결합한다면 국내의 산업수학 경쟁력도 머지않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는 20일 서울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산업수학 축제’가 열린다. 지금까지 산업수학 점화프로그램으로 창출된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를 확인할 수 있고 우리나라 산업수학의 눈부신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많은 분이 참석해 수학과 친근해지고 수학의 ‘무한대’에 가까운 가능성을 확인하기를 기대한다.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대한수학회 차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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