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 바닥 퇴적층 시추 결과
미기록ㆍ멸종위기 동식물도 발견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가 최소 1만9,000년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9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백록담 분화구 바닥의 퇴적층을 시추해 조사한 결과, 지하 30m 지점에서 측정한 방사성 탄소연대는 1만9,000년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지금까지 백록담은 2만5,000년 전에 분출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는 문화재청 지원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보존을 위해 지형ㆍ지질, 동식물, 기후 등 주요 영향 인자에 대한 체계적 기초자료를 확보해 장기 대응방안 수립의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9년까지 진행되고 있다.
1차 연도 학술조사 동ㆍ식물 조사 분야에서는 백록담을 포함한 해발 1,700m 이상의 식생과 식물상, 거미류, 지렁이류, 토양 미소 동물, 버섯류와 지의류 등 신종 후보 종과 한국 미기록종 23종을 발견됐다.
또 백록담 일대 26곳에 멸종위기종인 돌매화나무 558개체가 자생하는 것을 확인됐다. 멸종위기종인 한라솜다리는 4곳에 11개체가, 한라송이풀은 1곳에 2개체가 각각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항공라이다 측량으로 백록담을 포함한 천연보호구역의 지형적 형태를 정량화해 지형의 침식 유형과 패턴 등을 파악했다. 하천 및 계곡지대에서는 하천사면이 붕괴돼 흙과 암석들이 쌓여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산로에서는 등반객의 발 압력에 눌려 식생 훼손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19일 한라수목원 생태학습관에서 열리는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이번 학술조사에서는 그 동안 연구와 달리 위치에 기반을 둔 정량화된 자료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백록담 퇴적층 연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제주도 고기후 연구가 앞으로 동아시아 기후 변화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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