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동안 매일 3~4시간씩 고개 숙여 일하다 경추간판탈출증(목 디스크) 진단을 받은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조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조씨는 항만 내 육상 하역업을 하는 회사에서 트랙터 운전기사 등으로 근무하다 2012년 7월 목 부위에 심한 통증을 호소해 경추간판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조씨는 업무에 복귀한 뒤 2014년 6월 통증이 재발해 수술을 받았는데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2012년에 비해 증상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근로복지공단에 목디스크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지난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씨의 업무가 목에 부담을 주는 작업이라고 판단해 조씨 손을 들어줬다. 조씨는 1988년 5월 입사해 2009년까지 비계(재료 운반 위한 발판)를 설치하는 직원으로 근무하며 하루 3~4시간 정도 목을 10~15도 가량 숙이거나 젖힌 채 좌우로 움직이는 자세를 취했다. 또 2009년 6월부터 5년 동안 트랙터 운전기사로 근무할 때도 무게 5~7㎏짜리 유선 조정기를 어깨에 멘 채 무거운 화물을 운송장비에 올리며 하루 3시간씩 목을 숙이거나 젖히고 좌우로 돌리는 자세를 취했다. 장비 아래서 작업을 하다가 자주 장비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26년 동안 장기간 수행한 업무에는 목에 부담을 주는 작업이 포함돼 있었고 트랙터 운전기사로 근무하면서 무거운 유선 조정기까지 멘 채 작업해 목에 더 큰 부담을 줬을 것”이라며 “업무가 병 발생과 악화를 가중시켰을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 업무수행 이외에 악화 원인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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