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부터 하와이에서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휴가에 들어갔다. 하와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낸 곳으로, 8년 임기 내내 이곳에서 겨울 휴가를 보내게 됐고, 대통령이 되기 전해인 2008년을 포함하면 9년 연속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 두 딸 말리아와 사샤는 이날 새벽 하와이 진주만의 미군기지에 도착, 앞으로 17일간 오하우 섬의 부촌인 카일루아 해변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년 휴가 기간 동안 어릴 적 친구들과 골프를 치거나 가족들과 해변을 거닐고 스노클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올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진주만 희생자 위령탑 공동 참배 일정이 포함돼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26∼27일 하와이를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진주만을 찾아 전쟁 희생자들을 위령한다. 현직 일본 총리 최초의 진주만 방문이다.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군 태평양 함대를 선전포고 없이 기습 공격해 많은 사상자를 냈고, 이는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베 총리의 이번 진주만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5월 원자폭탄 피폭지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히로시마 방문도 미국의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었다.
한편,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자주 감형조치를 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재소자 감형을 곧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점 과제의 하나인 사법제도 개혁의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감형을 시행했다. 올해에만 839명의 형이 감면되는 등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감형자는 총 1,023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감형 대상은 주로 비폭력 마약사범이었다.
다만 이번 감형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때부터 ‘법과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해왔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도 오바마 대통령의 조처에 대해 “우려스러운 수준의 사면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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