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강남ㆍ북 면세점 벨트 구축
주요 유통 3사인 롯데, 현대, 신세계가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거머쥐었다. 롯데는 지난 6월 문을 닫은 잠실면세점(월드타워점)을 영업종료 6개월 만에 극적으로 부활시키며 기사회생했다. 현대는 처음으로 면세사업에 진출하게 됐고, 신세계는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는 ‘면세점 벨트’를 형성하게 된다.
기사회생 롯데… 1,300명 직원 복귀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잃은 사업권(롯데월드타워점)을 되찾으면서 기사회생했다. 롯데면세점은 향후 5년(2017~2021년)간 면세점, 외국인 관광객 유치, 강남권 관광 인프라 구축, 중소 협력업체 지원 등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 4월 개장하는 롯데월드타워는 세계 최고층 전망대(지상 500m), 국내 최장(85m) 아쿠아리움 수중 터널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면세점도 롯데월드타워에 입점하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영업 종료 후 쉬거나 다른 영업점에서 일하던 직원 1,300여명도 다시 복귀시킬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세계 최고 자리에 우뚝 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글로벌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4조6,402억원으로 전 세계 면세사업자 중 스위스 듀프리(7조300억원), 미국 DFS그룹(4조6,649억원)에 이어 3위였다. 2위와의 격차는 247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21%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월드타워점(매출 6,112억원)이 문을 닫으면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롯데면세점은 “관세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국내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면세사업권 획득은 그룹 경영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추진 중인 호텔롯데 상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면세사업 진출… 신세계 강남면세점 활짝
백화점을 30년 넘게 운영해온 현대백화점그룹은 처음으로 면세사업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7월 1차 면세점 대전에서 탈락한 아픈 경험이 있는 데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이른바 ‘유통 빅 3’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 시내 면세점을 갖지 못한 상태라 특허권이 더욱 절실했었다.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법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에 면적 1만4,005㎡(4,244평) 규모의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넓은 매장 면적과 기존 면세점 대비 1.5배 이상 넓은 고객 통로 등을 앞세워 내·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특히 향후 5년간 면세점 예상 영업이익의 20%인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중소ㆍ중견기업 매장에게는 영업실적에 관계없이 최소 2년 이상의 영업권을 보장하는 등 상생경영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면세점을 구현해 시장에 활력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촉발시키겠다”며 “이를 통해 면세점 서비스 품질 제고, 관광객의 편의 증진 등의 효과를 내 국내 면세점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연거푸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강남 면세점 시대’를 열었다.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내 4개층(1만3,500㎡)에 2호 면세점을 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5월 문을 연 명동점과 함께 강남ㆍ북을 아우르는 면세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신세계디에프가 서울 강남권에 주목한 건 최근 싼커(중국인 개별관광객)가 많이 찾으면서 새로운 관광,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서초ㆍ강남권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9% 신장할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이중 개별관광객 비중은 88.6%에 달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서초·강남 지역의 관광인프라 및 프로그램 개발 등에 5년간 3,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문화예술 관광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인정받은 것 같다”며 “센트럴시티 일대를 개별관광객의 중심지로 만들고 그 수요를 서초, 강남뿐 아니라 전국으로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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