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박근혜 퇴진 8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이전 7차례 집회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 행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간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헌재에 쏠렸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낮 12시부터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헌법재판관에게 국민엽서보내기’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주최측에서 제공한 탄핵 인용을 요청하는 사유가 적힌 노란 엽서에 자신의 희망사항을 담아 미리 준비된 우체통에 넣었다. 경기 일산에서 온 김은주(65)씨는 “헌법재판소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며 “헌재는 부끄럽지 않은 정확한 판결을 내려 달라”고 당부했다. 중학생 정다운(14)군은 “탄핵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헌재에 직접 의견을 얘기해야 된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온 초등학생 문서현(11)군은 부모와 함께 엽서에 “빨리 박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답답한 헌재’가 아닌 ‘시원한 헌재’로 기록되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환경운동연합측은 시민들의 엽서를 다음주 20일쯤 헌재로 보낼 예정이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사람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퇴진청년산타대작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날 행사는 다음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 70여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광장을 돌아 다니며 어린이들에게 손편지와 모자, 세월호 리본, 책 등을 나눠줬다. 손편지는 청년들이 직접 쓴 것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들 손을 잡고 나온 주부 김혜원(34)씨는 “아이가 청년 산타들에게 책과 리본 등을 받았는데 매우 좋아한다”며 “청년들이 자신들 주장 호소하기에 바쁜데 아이들까지 챙겨줘 촛불집회 참석한 게 더욱 뜻 깊어 졌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김식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촛불집회 때마다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함께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민주주의를 어린이들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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