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임 총장들이 교육시스템을 지방으로 옮기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놓고 갈등을 겪는 학교 측과 학생들의 중재자로 나섰다.
선우중호, 정운찬, 이장무, 오연천 등 서울대 총장을 지낸 4명은 16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 모여 시흥캠퍼스 문제 관련 호소문을 발표했다. 서울대 전임 총장들이 공식 성명을 발표한 건 2011년 법인화를 둘러싼 학내 갈등 사태 이후 처음이다. 호소문에는 이수성 전 총장까지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총장들은 호소문에서 “대학을 책임졌던 총장들이 시흥캠퍼스 문제의 신속한 수습을 당부하는 의견을 내게 됐다”라며 “학생들의 뜻이 이미 학교 안팎에 충분히 전달된 만큼 대학본부 농성을 중단하고 강의실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학 구성원들이 각자의 의견과 주장을 제시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물리적 수단을 통해 의사를 관철시키려는 행위는 지성의 전당인 서울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학 측에도 “대학본부는 학생 대표들과 더욱 긴밀한 대화협의체를 구성해 학생들이 우려하는 사안에 신뢰를 갖고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7년 논의가 시작된 시흥캠퍼스는 부지공모와 민간사업자 선정을 거쳐 올해 8월 시흥시와 사업 개시 직전 단계인 실시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밀실 사업 추진 과정과 의무기숙사 신설 등에 반발하며 10월부터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학생들은 이날 전 총장들 모임 장소 앞에서 ‘당신들의 손으로 추진한 시흥캠(퍼스) 부끄럽지 않습니까’ 등 피켓을 들고 항의의 뜻을 표했다. 본관 점거에 참가한 한 학생은 “전임 총장들 역시 시흥캠퍼스를 밀실에서 추진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중재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학생처는 전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시설관리국이 18일까지 행정관 건물에서 퇴거해달라는 2차 요청서를 총학생회와 점거본부에 보낸 만큼 이후 불법행위는 엄중한 학칙 위반행위가 된다”고 경고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앞으로 시흥캠퍼스 사업 논의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학교 측 약속을 믿고 점거농성을 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