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ㆍ정치 불확실성에
11개월 만에 만나 공조 논의
柳 “소통과 팀플레이 정말 중요”
李 “금융ㆍ외환시장 안정에 역점”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방침 등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만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정책의 양대 축인 재정ㆍ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두 수장의 만남은 11개월 만으로, 그만큼 한국 경제 앞에 놓인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찬 형식으로 진행된 모임에는 유 부총리 외에 기재부 차관보ㆍ국제경제관리관ㆍ경제정책국장ㆍ국제금융정책국장이 배석했다. 한은에서도 부총재보 2명ㆍ조사국장ㆍ국제국장이 참석했다. 각 기관에서 거시경제정책, 경제전망, 통화정책, 외환정책 등을 총괄하는 담당자들이 함께 한 만큼 이날 만남에서는 향후 재정ㆍ통화정책 방향과 거시경제ㆍ금융ㆍ외환 안정방안, 그리고 정책 공조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대내외 악재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내년 공격적인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두 경제수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한은의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동주공제’(同舟共濟ㆍ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정부와 한은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대내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선 소통과 팀플레이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실물 경제뿐 아니라 금융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한은과 정부가 보다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우려도 다독였다. 이 총재는 “정부와 한은이 우선 역점에 둘 사안은 금융ㆍ외환시장 안정”이라며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평가했듯 정부와 한은은 금융안정을 지켜낼 정책 역량을 축적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부 안팎에서는 재정ㆍ통화정책 공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내수지표인 생산ㆍ소비ㆍ투자는 물론이고 수출까지 모조리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데다, 국내총생산(GDP)의 105.9%(올해 3월 기준)에 달하는 기업부채와 1,300조원 규모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춘 2.4%로 제시하며 “정부의 재정확대, 한은의 금리 인하 등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커지는 위기감에 정부는 이날 회동과 별도로 경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체제를 가동해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비상경제 상황이라는 인식 하에 금융ㆍ실물경제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시장 불안 등 징후 발생시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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