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엄마’ 김혜자(76). 눈가와 이마, 목덜미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그래도 예쁘다. 곱게 늙었다. 주름이 삶의 훈장 같다. 소름 돋는 연기력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미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얼굴 근육으로 표현해 낸다. 마음의 지휘봉으로 감정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안면근육을 연주하는 듯하다. 그의 얼굴에선 착한 마음이 읽힌다. 아프리카 난민 구호에도 열심이다. “내가 안 보내면 그 아이들 굶어요.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이들에게 돈 보내는 일이에요. 돈이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해서요.”
▦ 세월이 가면 절로 나이를 먹는 걸까. 남자는 자기가 느끼는 만큼 먹고, 여자는 남에게 보이는 외모만큼 먹는다는 말이 있다. 젊음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만, 빛나는 청춘은 누구에게나 찰나에 불과하다. 붙잡고 싶어도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여성 철학자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30세를 “스스로를 젊다고 내세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나이로 표현했다. 젊음의 종말을 의식하는 나이여서일까. 어떤 여성은 주름과 늘어진 피부, 시들어 가는 외모를 감추려 화장에 매달리고 기능성 화장품을 찾고 미용시술을 받는다.
▦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자연의 섭리다. 이마와 눈가에 패인 깊은 주름은 나이의 집적이다. 나이 듦을 인정하는 사람에겐 두려움이 없다. 여배우 샤를리즈 테론(41)이 그렇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삶의 일부분이며 피할 수 없다. 나는 20년 전보다 더 현명해졌고, 모든 일에 감사하고 있다.” 이런 여성의 눈 속엔 은은한 온기가 담겨 있다. 연륜이 느껴지는 몸 동작과 자연스런 얼굴 표정. 삶의 경험이 녹아 있는 나이 든 여자의 원숙한 매력이다. ‘젊은 여자는 아름답다. 그러나 늙은 여자는 더욱 아름답다.’(월트 휘트먼)
▦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65세다. 사진을 보니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하다. 10년 전보다 더 젊어졌다. 주름이 거의 사라졌고 피부도 탱탱해졌다. 한나라당 의원 시절 최순실 단골 성형의원에서 각종 미용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비선 의사’들이 청와대를 드나들며 피부 트러블도 관리하고 태반주사도 놓아줬다고 한다. 그런데 자연스럽지가 않다. 무표정하다. 오히려 표독스럽고 아집에 싸여 있는 얼굴이다. “마음 곱게 쓰면 예뻐져요”라는 그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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