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는 전원 사퇴
비대위장 인선·대야 협상 험로 예고
계파 사활을 걸고 16일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주류가 밀었던 정우택(충북 청주상당ㆍ4선) 의원이 비주류 나경원(서울 동작을ㆍ4선) 의원을 7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했던 비주류는 개혁을 앞세워 당권 장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친박계의 수적 우위가 재확인됐다. 이날 친박 원내지도부가 탄생하자마자 그간 버티기로 일관해온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는 곧바로 사퇴했다.
정우택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 후보에 나선 이현재(경기 하남ㆍ재선) 의원 조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체 119표 중 62표를 획득해, 55표를 얻은 나경원ㆍ김세연(부산 금정ㆍ3선) 의원 조를 근소한 표차로 이겼다. 기권은 2표였고 투표에 불참한 의원은 9명이었다.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엷은 정 의원은 당선 직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생각난다”며 당 화합을 역설했다.
이날 선거는 지난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한 지붕 두 가족’체제를 유지했던 새누리당에서 탄핵안 가결 이후 어느 계파가 향후 당 수습의 주도권을 가질지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정 의원이 이날 획득한 62표는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계가 발족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 참여 서명을 한 의원수(55명)보다 7명이 더 많다. 하지만 정 의원이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것이 아닌 만큼 향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등 당 수습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간 내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친박계 원내사령탑이 당선되자마자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는 당초 예고(21일)보다 이른 이날 전원 사퇴했다. 이 대표는 당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늘 저는 당 대표직을 사퇴한다”며 “조원진ㆍ이장우ㆍ최연혜ㆍ유창수ㆍ박완수 최고위원도 함께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대위원장이 인선되기 전까지 정우택 원대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야 3당이 친박 원내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정우택 체제’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친박이 2선 후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당분간 새누리당 지도부와 냉각기를 갖기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정우택 원내대표 당선은 새누리당이 돌이킬 수 없는 자멸의 길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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