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 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이 같은 선서를 한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2주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위증을 밥 먹듯 하는 증인들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들 증인들은 온 국민 앞에서 거짓말쟁이가 되더라도 책임을 면하기 위해 뻔뻔한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네 차례에 걸친 청문회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위증이 나왔다. 수많은 거짓 증언 중 국민을 분노케 한 가장 심한 6개의 거짓말을 꼽아보았다.
1. 김기춘, 얼굴에 철판 깐 듯한 뻔뻔함
지난 7일 열린 2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을 모르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루 종일 진술했다. 믿을 수 없는 이 증언은 저녁 때 드디어 거짓말로 드러났다.
질의하던 박영선 의원은 네티즌에게 제보받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였다. 해당 청문회에서는 최순실의 이름이 거론되었으며,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캠프 법률자문위원장으로서 청문회에 참석했다. 영상을 보자 그는 “착오가 있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2. 고영태, 솔직한 줄 알았는데…
2차 청문회에 참석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청문회에서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다른 증인과 비교하여 진솔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그 역시 위증을 했다는 정황이 최근 포착되었다.
고 씨의 진술 중 “JTBC 기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증언과 “최순실은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JTBC의 한 기자는 “10월 5일에 고영태를 만났다”며, 만남 당시에 고씨가 “최순실은 늘 태블릿을 끼고 다니면서 연설문을 읽고 수정한다”고 말했음을 밝혔다.
“장시호를 알지 못한다”는 증언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장 씨의 한 지인은 “고 씨와 장씨가 알고 지낸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다 아는 사실”이라며, “청문회에서 장 씨와 고 씨가 서로를 모른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혔다.
지난 3차 공청회에서는 최순실이 고영태에게 위증을 종용하는 녹취 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3. 주사를 맞은 사람은 있는데, 놓은 사람은 없다
14일 열린 3차 청문회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수색 작업이 이루어질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얼굴에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해줄 사진이 공개되었다. 김영재 원장 또한 멍 자국을 보고 시술받은 흔적으로 보인다는 것에 동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수색 작업이 이루어질 당시 필러를 맞았다는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만, 김영재 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의료 관계자 누구도 자신이 주사를 놓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또 다른 ‘비선 의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증인들은 이 또한 부인했다.
4. 이임순과 서창석의 엇갈린 진술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서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는 “김영재 부부는 이임순 교수 소개로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최순실 일가의 주치의로 알려진 이임순 산부인과 교수는 “김영재는 오늘 처음 만났다”며 부인했다. 김영재 원장 역시 이임순을 전혀 모른다고 증언했다.
같은 자리에 있는 세 사람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5. 특혜를 받은 사람은 있는데, 준 사람은 없다
지난 15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4차 청문회에서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김경숙 전 학장에게 지원 사실을 듣고, 정유라 지원 사실을 최경희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경숙 이대 전 체육 학장은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승마 얘기는 했지만, 정유라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특혜 사실을 부인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입학 당시에는 정유라 이름도 몰랐다”며 “전 총장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은 느끼지만, 학교 내에서 엄격한 진상조사를 했음에도 조직적인 특혜를 준 부분은 없었다”고 주장하여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정유라가 이화여대 입시에 특혜를 받은 것은 교육부의 감사 결과로 드러난 명백한 사실임에도,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을 받는 3인은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6. 최경희 전 총장은 소통의 귀재?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왜 최순실과 개인 면담을 했냐는 장제원 의원의 질문에 “소통을 강조하는 젊은 총장이라 웬만한 사람을 다 만나준다”고 답변했다.
이어진 질의 시간에 장 의원은 “그러면서 왜 이화여대 학생들의 대화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평화시위를 한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무장 경찰 1,600여 명을 동원했냐”고 물었다. 이에 최 전 총장은 “시위에 경찰 투입 요청한 적 없다”며 “서대문 경찰청장이 판단한 일”이라고 증언했다.
당시에 이화여대 측에서 경찰에 보낸 공문이 증거로 나오자, 그는 시설물을 보호하려는 조치였다며 말을 바꿨다.
정유경 인턴기자 (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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