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중징계 예고에 ‘백기’
삼성ㆍ한화생명도 “지급 검토”
교보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기로 16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예고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
16일 교보생명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11년 1월24일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사업의 불확실성 해소와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전향적 결정을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급 대상이 2011년 1월24일 이후 청구자로 특정된 것은 금감원이 법 위반 사실로 적시한 ‘기초서류(약관) 준수 위반‘ 관련 규정이 이때 법제화됐기 때문이다. 전체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1,134억원) 중 지급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교보생명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가입 후 2년이 지난 시점에 자살로 사망하면 재해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담긴 보험이 판매된 시점이 2000년대 초반부터 2014년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미지급금의 20~40% 정도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보사 네 곳(삼성ㆍ한화ㆍ교보ㆍ알리안츠생명)에 기관에는 영업 일부정지부터 인허가 취소의 범위 내의 제재를, 보험사 대표 등 임원에게는 문책 경고부터 해임권고 범위 내의 제재를 각각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생보사들은 이에 대한 의견서를 이날까지 제출하기로 했고, 교보생명이 일부 지급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낸 것이다.
이날 함께 의견서를 제출한 삼성ㆍ한화생명도 지급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 측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적정한 지급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한화 측은 ‘추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보겠다’는 내용을 각각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이 유독 기민하게 움직인 것은 현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이 오너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칫 오너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교보생명의 일부 지급 결정에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얼마나 낮춰줄지는 미지수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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