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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갈 길 바쁜데 겹겹 장벽… ‘신속ㆍ신중’ 깊어지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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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갈 길 바쁜데 겹겹 장벽… ‘신속ㆍ신중’ 깊어지는 딜레마

입력
2016.12.1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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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입구 위로 고민에 잠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사진이 보인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입구 위로 고민에 잠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사진이 보인다. 연합뉴스

시급한 과제 수사기록 확보

朴변호인단 이의 제기로 발목

헌재, 모든 소추사유 검토 방침

심리 장기화 땐 국정혼란 가중

헌재에 쏠릴 촛불 민심도 부담

헌법재판소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로 국정 혼란을 매듭지을 해결사로 떠올랐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신중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판단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많아 보인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 일주일째를 맞은 16일 오전 10시 제5차 전체 재판관회의를 열었다. 1시간 남짓 회의에서 새롭게 결정된 사안은 없었다.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변호인단)이 이날 마감 기한에 맞춰 오후 늦게 답변서와 선임계, 이의신청서를 제출한데다, 권성동 소추위원장 측이 아직 선임계도 내지 않아 준비기일도 잡지 못한 탓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수사기록 확보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일 때에는 기록송부나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재법 32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헌재가 검찰과 특검에 수사기록을 요청한 것은 해당 조항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이의를 신청했다.

이에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2004년 탄핵심판 당시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문서제출을 요구해서 받은 바 있다”라며 “옛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도 1심뿐 아니라 2심에서 이석기 재판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해 2심 변론 종결 전에 받았다”고 말했다. 헌재는 직접 각 기관에 요구하는 방법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국회나 법원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어권 보장 등 법적 절차는 헌재 심판을 늦출 수 있는 변수다. 헌재가 앞서 “소추 사유를 선별적으로 심리하지 않고 모두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적법 절차를 주장하며 ‘시간 끌기’ 전략을 펴면 심판이 장기화하는 게 불가피하다.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배는 인정되기 어렵고 법률 위배 부분은 증거가 없다”라며 "사실관계 및 법률관계 모두를 다투겠다”고 말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촛불민심도 부담이다. 헌재에는 탄핵심판과 관련한 헌법소원과 각종 가처분 신청 사건이 8건 이상 접수됐고 탄원서도 18건이나 접수됐다. 14일에는 경찰청에 ▦재판관 신변 보호 ▦청사 인근 불법시위 단속 등을 요청했다. 청와대로 향하던 집회 및 시위가 헌재로 향해 연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비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가 초미의 국민적 관심사인 이번 탄핵심판을 기각으로 결정 낸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견 법조인은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하려면 모든 사유를 심리하더라도 핵심적인 탄핵 사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기각 결정으로 기울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더욱 오랜 시간 법리를 꼼꼼히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심리가 장기화할수록 국정 혼란과 국민의 비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도 “모든 소추 사유를 법률에 따라 심리한 뒤에도 결국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거센 국민적 비판은 물론 헌재 무용론까지 나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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