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근거 마련됐지만
생명 윤리성 논란은 여전
영국 보건당국이 15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아기’ 시술을 승인했다. 미국 의료진에 의한 세 부모 아기가 지난 9월 멕시코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세 부모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영국의 인간수정ㆍ배아관리국(HFEA)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에서는 치명적인 유전질환을 가진 아기를 가질 위험이 큰 부모는 이 시술로 자신들의 고유 유전자는 물려주면서도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인생을 바꿀만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영국 하원이 지난 2월 관련법을 통과시켰지만 의료 현장에 해당 시술이 도입되기 위해선 HEFA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세 부모 아기 시술은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된 어머니 난자에서 추출한 세포핵을 세포핵만 제거한 다른 여성의 건강한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생물학적 부모가 3명이 되는 셈이다. 이 시술을 통하면 근육위축증이나 알츠하이머, 심장병 등 치명적 유전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HFEA가 5년에 걸쳐 이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절차를 검토한 후 승인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모든 부모가 자유롭게 ‘세 부모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이 이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각 건별로 당국에 시술 허가 신청을 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뉴캐슬대 웰컴 미토콘드리아연구센터는 당국의 승인을 얻어 ‘25쌍의 세 부모’를 상대로 내년에 시술할 계획이다.
불임 부부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영국 내에서는 윤리성 논란도 일고 있다. 조작한 어머니 난자와 아버지의 정자를 체외 수정시켜 태어난 아기의 부모가 ‘셋’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는 세포핵 치환을 인간배아의 파괴로 보고 세 부모 체외수정에 반대하고 있고, 성공회도 윤리적 우려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앞서 멕시코에서 시술한 여성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로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을 자녀에게 유전시키는 변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 증후군은 4만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으로 생후 1년 내 운동장애, 뇌기능 감소 등이 나타나고 2, 3년 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여성은 시술 이전 두 아이를 출산했지만 각각 생후 8개월, 6개월 때 잃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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