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ㆍ18묘역에 묻히고 싶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86) 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을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광주시는 권 고문 등에 대해 청문심사를 하고 내년 2월 보상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15일 오후 광주시청을 찾아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왔던 이훈평(73), 김태랑(73) 전 국회의원, 유훈근(76) 전 김대중 대통령 공보비서 등도 함께 관련자 심사를 받았다. 1990년 5ㆍ18 민주화운동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26년 만이며 1980년 5ㆍ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6년 만이다.
그는 “이번에 함께 신청한 인사들은 모두 나 때문에 구속되거나 구금돼 큰 곤욕을 치렀다”며 “나이가 들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아 국립 5ㆍ18묘지에 묻히기 위해서는 관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 광주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청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5ㆍ18이 정권 교체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보상의 의미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청을 하지 말자’고 했다”며 “그래서 쭉 잊고 살아왔고 후배들도 내가 신청을 하지 않아 못했다”고 회고했다. 5ㆍ18 당시 역할과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권 이사장은 “내가 5ㆍ18 때 다친 부상자는 아니지만 5ㆍ18 당시 광주의 일을 미국 대사관이나 일본 대사관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린 활동을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이 보상 신청한 내용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조작된 DJ 내란음모사건 연루 혐의로 1980년 9월쯤 남영동 대공분실에 연행ㆍ구금된 사건이다.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성을 인정받게 되면 등급 여부에 관계없이 보훈처의 심사를 거쳐 국립 5ㆍ18묘지에 안장되며, 위로금 100만원과 생활지원금 700만원, 구금 등을 당했을 경우 1일 기준 24만1,200원을 받게 된다. 현재까지 8,721명이 신청해 5,517명이 관련성을 인정받아 보상을 받았다.
그는 “동교동계 인사 중 아마도 자신이 마지막 신청자가 아닌가 싶다”며 “이제 생을 정리해야 할 나이인데 군부독재에 맞서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분들의 곁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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