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텔레그래프가 16일(한국시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을 따뜻하게 만든 브래들리 로워리(5)의 사연을 소개했다.
15일 영국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선덜랜드와 첼시의 경기. 시축자로 나선 이는 민머리의 꼬마 브래들리 로워리였다.
선덜랜드의 스트라이커 저메인 데포(34)의 품에 안겨 경기장에 입장한 로워리는 첼시의 골키퍼 아시미르 베고비치(29)가 지키고 있는 골대로 페널티킥을 차 생애 첫 득점을 기록했다. 그 순간 전광판에는 선덜랜드의 로워리가 넣은 득점을 알리는 화면이 표시됐다. 경기장을 찾은 선덜랜드 팬들은 물론 첼시 팬들도 5분 동안 “브래들리 로워리는 오직 하나 뿐”이라고 외치며 로워리의 첫 골을 축하했다.
선덜랜드의 팬인 브래들리 로워리는 2013년 ‘신경아세포종’이라는 희귀암 진단을 받았다. 그가 두 살이 되던 해였다. 곧바로 화학치료를 받고 병은 차도를 보이는 듯 했지만, 지난 7월 암이 재발했다. 로워리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미권 전역에서 70만 파운드(약 10억2,000만원)가 모금됐다. 에버턴은 그 중 20만 파운드(약 3억원)를 직접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워리의 병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됐고, 로워리의 어머니 젬마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암 전이가 심해 완치가 불가능하게 됐다. 치료는 이제 생명을 몇 달 연장하는 역할 밖에 못한다”고 밝혔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기 위해 영국 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에버턴의 한 팬이 크리스마스 카드 캠페인을 시작했고, 로워리는 일주일도 안돼 자신을 응원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1만1,000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다. 선덜랜드 구단은 로워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런던에 있는 해리포터 스튜디오 투어를 예약해주고, EPL 16라운드 경기에 시축자로 초청했다.
선덜랜드의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53)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브래들리가 어제 훈련장을 방문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축구공을 든 채 경기장을 돌아다니고 계단을 오르내렸다”며 “브래들리는 아주 강한 꼬마다. 우리는 그가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걸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