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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세발자전거와 유모차

입력
2016.12.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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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살에 살던 아파트에서 내가 부랴부랴 이사를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복도를 차지하고 있는 세발자전거와 유모차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복도에 엉망진창 널린 그것들 때문에 나는 몸을 모로 세워 지나다녀야 했다. 열아홉 평 복도식 아파트였으니 들여놓을 데가 없다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정말이지 너무나 예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토라진 여자처럼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버렸다. 이제 마흔도 훌쩍 넘은 아기엄마가 되어 새로 이사할 집의 복도에 들어서던 날, 나는 헤벌쭉 웃었다. 세 가구가 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아파트였다. 가장 왼쪽 1호집 현관 앞에는 세발자전거 두 대와 유모차 한 대, 그리고 씽씽이 두 대가 놓여 있고, 2호집은 세발자전거 한 대와 유모차였다. 야호! 나도 유모차를 현관 밖에 놓아두어도 되는 거였다. 차양과 손잡이가 달린 아기용 자전거도 주문해놓은 터라 잔짐들이 쌓여야 하는 베란다에 그것들을 놓아둘 생각에 가슴이 갑갑했는데, 어차피 세 집 모두 아기들을 키우니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 그 동안 야박하기도 했구나. 예전에 아파트 거실 창을 열면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심하게 아래쪽에서 들려온다 투덜거린 적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 그랬다. “아이를 키우면 그 소리가 참 예쁘게 들리는데. 진짜예요. 믿기지 않겠지만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그렇게 예쁠 수 없어요.” 이제는 아주 조금 안다. 아이들의 소리가 새소리 같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그냥 평범하게 나이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삐죽 대기도 하지만 뭐 나쁘지는 않다. 어쨌거나 유모차 보관 문제는 해결이 되었으니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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