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청문회 증언
대법원 “反헌법적 사태”… 수사 불가피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권분립 침해 등 헌정질서를 뒤흔들 사안이라 진상 조사 및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을 사찰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15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양 대법원장의 일상을 사찰한 문건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대단한 비위 사실이 아니라 등산 등 일과를 낱낱이 사찰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이 “세계일보가 다 보도하지 못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 8개 파일 중 헌정질서를 파괴한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말해 달라”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조 전 사장은 그러면서 “(이 문건에 더해) 2014년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이던 최성준 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법관이 되기 위해 운동한 내용이 담긴 것 등 두 건의 사찰 문건이 있었다”며 “부장판사 이상 사법부의 모든 관료를 사찰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 전 사장은 ‘왜 이런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사법부를 컨트롤하려고”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해당 문건이 실제로 청와대에서 작성됐는지, 사찰 목적인지에 대해 침묵했다.
대법원은 즉각 입장을 발표하고 “사실이라면 헌법정신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실로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고 비판했다. 최 방통위원장은 “사찰 문건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일부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자신이 불법 도ㆍ감청을 당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MBC가 이 전 특감과 조선일보 기자의 통화 내용을 입수해 보도한 경위와 관련, “적어도 적법한 방법으로 취득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특감은 ‘당시 진행 중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위 의혹) 조사를 (청와대가) 중단 시켜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이제 와서 보니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추가 조사가 이뤄질 것을 우려한 것 아닌가 추측은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 전 수석 의혹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사임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그의 비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나눈 통화 음성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최씨가 검찰에 출석하기 전 독일에 머물면서 노 부장에게 검찰 수사 대응 지침 등을 내린 내용이다. 파일에는, 최씨가 자신에게서 SK그룹 등에 대한 모금 지시를 받았다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폭로를 거론하며 “왜 못 막았느냐”고 다그치거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의 교체 사실을 듣고 놀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이화여대 전ㆍ현직 관계자들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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