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뒤늦게 여론 잠재우기
정우택 “난 중도·중립 성향”
비박 “친박 출마 이해 못해”
유승민, 나경원 지지 호소
탈당ㆍ분당 사태의 기로에 선 새누리당의 운명을 좌우할 새 원내대표 경선을 하루 앞둔 15일 후보로 나선 정우택ㆍ나경원 의원은 한 목소리로 “당의 화합과 통합”을 외쳤다. 당 윤리위원회 무력화 파동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친박계는 뒤늦게 ‘21일 당 지도부 일괄 사퇴’를 공식화하며 반발 여론 잠재우기를 시도했다. 비주류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친박이 후보를 낸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사실상 원내대표 경선의 전면에 나섰다.
친박 지도부는 이날 이정현 대표와 일괄 사퇴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중립 성향 의원들의 표심에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정 의원도 자신을 “계패 색채가 옅은 중도ㆍ중립”이라고 규정하며 “친박과 비박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 제 일념이고 그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원진 최고위원이 “당의 화합과 보수 대통합을 위한 중도 성향의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친박 해체는 물론 전면적 2선 후퇴를 요청한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일각에선 친박계 지원을 받는 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 없이는 ‘친박계 2선 후퇴’도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맞서 비주류도 “보수의 공멸만은 막아야 한다”며 탈당의 배수진을 치고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그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유승민 의원이 성명을 내며 “당의 개혁을 바라는 건전보수 지지자들의 마음을 외면하지 말라”고 나경원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유 의원은 “현 지도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진작 물러났어야 마땅한데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부끄러움도 모른다”며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해 당과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친박계를 직접 겨냥했다.
나경원 의원도 “사당화된 우리 당을 공당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보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며 “당이 변화를 선택할 것인지 괴멸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경선 전망은 아직 안갯속이다. 친박계는 자체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 참여한 현역 의원이 60명이 넘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참여의사를 철회하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때문에 비주류의 지원을 받는 나경원 의원이 신승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3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중립 성향 의원들 다수가 범친박계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당장 중립 성향의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 주도의 중도ㆍ통합 모임은 이날 원내대표 경선을 미루고 합의추대하자는 요구를 내놨다. 아직은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당 선관위는 이날 합의추대 요청에 대해 논의한 결과 경선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결론 내렸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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