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를 무더기로 출국 금지하며 사실상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청와대 압수수색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든 어디든 수사에 필요하다면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주무대는 청와대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기획과 강제모금, 국정 주요 문건 최씨 전달이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청와대 측근들의 집행으로 이뤄졌다. 이런 실상을 규명하려면 관련증거 확보를 위해 청와대 부속실과 관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수적이다.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 행적 확인을 위해서도 청와대 경호실과 의무실 등에 대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
청와대가 순순히 협조하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청와대는 14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윤전추ㆍ이영선 두 행정관을 출석시키지 않았다. “연가 중”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청문회를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16일로 예정된 국정조사 특위의 청와대 현장조사도 국가보안 시설 등의 이유로 거부할 것이라고 한다. 검찰이 10월 말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려 할 때도 청와대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상 ‘군사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군사상 비밀에 해당하는 외교ㆍ안보ㆍ국방 사안을 제외하고는 얼마든지 강제수사를 할 수 있다. 해당 규정을 마치 청와대 전체가 치외법권 지역인양 오도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간 외교, 안보현안을 최순실씨에게 넘겨준 청와대가 국가기밀을 강조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국회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된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책임자 자격으로 압수수색을 막을 명분은 더더욱 없다.
특검팀은 예상되는 청와대의 비협조를 뛰어넘어야 한다. 압수수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실제 수색이 이뤄진다 해도 증거인멸 등의 방해공작에 미리 대비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안 된다. 박 특검은 임명 직후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 고하를 고려하지 않겠다”며 강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첫 번째 시금석이 바로 청와대 압수수색이다. 특검팀이 검찰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모든 국민이 특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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