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문건 확인되면 또 ‘정치 개입’ 파문 일 듯
‘차’워터마크ㆍ파기 시한 명기
야당 의원들 “국정원 작성” 주장
일각선 “경찰 정보보고” 추정
15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장에서 공개된 이른바 ‘사찰 문건’의 출처가 미스터리다. 야당 의원들은 문건 양식 등을 근거로 작성 주체가 국가정보원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말대로 만약 국정원이 작성한 것이라면, 국내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해당 문건을 공개하기 전까지 문건의 출처는 청와대로 굳어지는 듯 했다. 조 전 사장은 해당 문건은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 입수한 17건 중 하나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계일보가 공개했던 문건 9건의 작성 주체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이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구체적으로 “제가 알기론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도 “청와대에서 작성 및 보고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공개된 문건 원본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 같은 작성 기관 표시 없이, ‘대외비’라는 표시만 기재돼 있다. 밑에는 ‘2014.2.7 파기’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특히 문건 두 장에 동일하게 ‘차’라는 워터마크가 중앙에 크게 표시돼 있고, 문서 네 귀퉁이에도 보다 작은 크기로 ‘차’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문건은 국정원 문건이다. 국정원 문건을 복사하면 ‘가나다라’(와 같은 한글 표기)가 숨겨진 워터마크가 나오는데, (이 문건에는) ‘차’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박범계 의원도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문건은 파기시한을 명기하지 않는데, 이 문건에 파기시한이 분명하게 있다”며 국정원 문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선 경찰에서 작성한 정보보고 문건이라는 얘기도 있다. 국정원 문건의 경우 별도의 제안이 들어가는데 해당 문건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다. 조 전 사장도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수집한 것일 수 있다. 민정수석실에 국정원 직원과 경찰 등등이 다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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