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녹취록 추가 공개
“SK에 80억원 요구”정씨 폭로에
대응방안 논의… 사실 조작 지시
대포폰 檢 제출 여부에 전전긍긍
수감 중인 최순실(60)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전화통화에서 SK에 80억원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조작을 지시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최씨는 통화에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폭로를 막지 못한 것을 탓했다. 또 재단 직원이 사용한 대포폰을 검찰에 넘긴 것을 두고 “큰 일 났네”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전화통화한 시점은 정 전 사무총장이 10월 2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최씨의 지시를 받아 SK에 80억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직후로 추정된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먼저 “왜 정현식 (사무)총장이 얘기한 것을 못 막았어?“라며 “어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사무총장(정현식)이 뭐라고 얘기했다는 거야. 내가 SK를 들어가라고 그랬다고?”라고 물었다. 노 부장은 “네, ‘최순실씨가 지시를 했고, 박헌영 과장이 기획서를 만들고, 박헌영 과장하고 본인하고 기업을 방문을 했고, 안종범 수석이 또 확인 전화가 왔다. 잘 됐냐고.’ 이거를 다 얘기를 한 겁니다”고 언론 보도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자 최씨는 “그럼 어떻게 해요. 국가 그걸로 가겠네?”라고 엄청난 파장을 직감한 듯한 말을 했다.
최씨는 SK에 80억원을 요구한 것에 대해 “얘기를 좀 짜보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쪽에서 안 수석하고 얘기를 했다는데 그게 뭐 말이 되느냐. 안(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금 뭐라 그런대요?”라고 묻자, 노 부장은 “어저께 기사로는 교체 얘기가 나오더라고요”라고 했다. 안 전 수석은 10월 29일 사표를 제출했고, 30일 교체됐다.
또 최씨가 “걔는 쓸데 없는 얘기 뭐 하러 해. 그 (대포)폰은 그거 냈대요?”라고 하자, 노 부장은 “그 폰을 제출했는지 어쨌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최씨는 “큰일 났네. 뭐라고 얘기해야 돼”라고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제가 만들었다는 핸드폰 얘기다. 한 대는 제가, 두 대는 고영태(전 더블루케이 이사)씨가 갖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 휴대폰에 대해 “업무용이었고, 모두 최씨와 통화하기 위한 용도였다”고 증언했다.
노 부장은 녹취파일에서 정 전 총장의 폭로와 관련, “정동춘 이사장님하고 김필승 이사님도 막으려고 했는데 본인(정현식)이 너무 완고해가지고”라고 답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온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정 전 사무총장이 ‘자기에게 청문 요청이 오면 숨김 없이 얘기하겠다’고 해서 ‘토 달지 말고 소신껏 하라’고 말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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