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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ㆍ재판 공백기 틈타… 헌재, 검찰ㆍ특검에 ‘1톤 자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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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ㆍ재판 공백기 틈타… 헌재, 검찰ㆍ특검에 ‘1톤 자료’ 요구

입력
2016.12.1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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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수사 등 진행 땐 요청 못해

안종범 수첩ㆍ정호성 녹음파일 등

확보 가능한 기간 4, 5일 남짓

특검은 자료 제출 여부엔 신중

헌재, 자료 넘겨받지 못하면

국회 통해 사본 요청해야

긴장감이 흐르는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긴장감이 흐르는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15일 서울중앙지검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최순실 게이트’ 수사기록 일체를 요구했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자료를 요청할 수 없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의 제약을 피해 특검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서두른 것이다. 특검에 넘겨진 1톤 분량의 검찰 수사기록은 이제 헌재 재판관들이 검토해야 한다.

헌재는 이날 제4차 전체 재판관회의를 열고 수명재판관 명의로 검찰과 특검에 수사 기록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의 범죄 가담사실을 입증할 안종범(5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17권과 정호성(4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폰에 녹음된 파일 236개의 녹취서 확보가 핵심이다. 국회에는 탄핵소추 사유를 어떻게 입증할지와 그에 대한 증거목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특검 수사와 관련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수사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 제40조 및 형사소송법 제272조에 따라 수명재판부 직권으로 서류송부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준비절차 기일도 잡기 전에 자료 요청부터 서두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헌재법 제32조는 재판부가 다른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기관에 심판에 필요한 사실을 조회하거나 기록송부ㆍ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재판이나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엔 제한을 두고 있다.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판단해야 하는 헌재로서는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직접 판단해야 할 상황이지만 증거 확보부터 난항에 부딪힌 것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당시 법원은 헌재에 일부 자료를 보냈지만 대검은 헌재법 32조를 근거로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헌재 안팎에서는 지금 수사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법적 제약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가 심리하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은 19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리고, 박영수 특검팀은 20일쯤 이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수사를 종결한 상황이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단 며칠의 틈새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을 헌재법 제32조가 규정한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의 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했다. 특검은 상설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는 아니지만 법률에 따라 설립됐고 정부가 비용을 대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다만 특검은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고 자료 제출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다. 박 특검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재가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없고, 당사자들이 검찰이나 특검에 사본을 요구해 직접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등이 이에 협조할 가능성은 적어 특검이 이 입장을 고집한다면 헌재의 심리는 시작부터 벽에 부딪히게 된다.

헌재가 검찰ㆍ특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지 못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권성동 소추위원은 검찰이나 특검에 수사기록 중 박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만 복사를 요청(문서 인증등본 송부 촉탁)할 수 있다. 이 사본은 원본과 같이 취급된다.

헌법 실무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수사기록은 주된 증거이고 탄핵심판의 향방을 갈라놓을 단서”라며 “국정 최고자의 진퇴문제가 달린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이나 특검이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대법원을 방문 중이던 김이수 재판관은 이날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해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출근했다. 이에 따라 9명 재판관 전원이 복귀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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