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추석, 여명숙, 조양호 경우에서처럼 사람 자르는, 남들은 싫어하는 일만 골라서 악역을 떠맡았습니다.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이용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15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에서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 전 장관은 CF감독 차은택씨의 추천으로 최순실ㆍ차은택씨가 문화체육계를 휘젓고 다녔던 2014년 8월부터 지난 9월까지 2년 남짓 장관직에 있었다.
그는 이 기간 장관으로서 한 일이 무엇이냐는 비판에 “나름 정책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의원들에게서는 “허수아비였느냐”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그렇게 눈치가 없나” “피해자라고 생각하느냐”는 등 힐난성 질문들이 쏟아졌다.
김 전 장관은 ‘장관임에도 불구하고 느꼈던 무력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올해 초 사퇴 의사를 청와대에 밝혔다”면서 그 이유를 “몸도 안 좋고, 여러 가지 것들이 저를 건너 뛰어 결정되는 것이 너무 많아지고 있어서”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언제쯤부터 장관을 건너뛰고 일이 진행됐다고 느꼈냐는 질문에는 “지난해 중반부터”라고 답했다. 차씨가 자신을 장관직에 추천했다는 것도 “최근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하인 김종 2차관은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를 위해 이화여대를 뚫고, K스포츠 같은 재단을 만들고 있었는데 장관이 이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 “변추석 전 관광공사 사장, 게임물관리위원장인 여명숙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조양호 전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을 자를 때 남들이 싫어하는 악역만 맡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변 전 사장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문제에 대응을 못해”, 여 위원장은 “불화가 심해서”, 조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 대응을 위해” 사임시켰다고 말했다. 변 전 사장은 박근혜 대선캠프 홍보본부장 출신이지만 밀라노엑스포 사업 등에서 차씨를 견제했다는 이유로, 여 위원장은 전 본부장이었던 차씨의 사업투명성을 문제삼다가, 조 전 위원장은 최순실씨의 요구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문체부 1급 공무원 물갈이, 청와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발뺌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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