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택배, 일몰 전ㆍ정원 있어야 수령
자율주행 택시, 州교통당국 제재 난관
미래부, 지능정보사회 연착륙 대책
신기술에 유연한 규제 적용 계획
영국 케임브리지에 사는 한 주민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사이트에서 TV 셋톱박스와 팝콘 한 봉지를 주문했다. 정확히 13분 뒤 그의 집 뒷마당에서 ‘툭’하는 소리가 났다. 무인 항공기(드론)가 주문 받은 상품을 떨어뜨린 것.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는 대신 모니터로 차량 운행 상태만 확인하는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가 도로 위를 처음으로 달렸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기계가 물건을 배달하고 운전도 대신하는 ‘지능정보사회’가 성큼 다가왔다. 지능정보사회란 AI가 각종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의 고차원적 인지ㆍ추론 능력까지 구현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사상 처음으로 아마존 프라임 에어(아마존의 드론 배송 서비스)로 실제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했다”며 드론을 이용한 첫 상업 배달 성공 소식을 알렸다. 아마존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배송센터 주변 8.3㎢ 안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드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문이 접수되면 제품이 자동으로 드론에게 전달된다. 상품을 실은 드론에는 AI 기술이 탑재돼 있어 사람의 조종이나 주소 입력 없이도 배송 위치를 파악해 알아서 찾아간다.
이에 앞서 미국 물류업체 UPS도 지난 9월 드론을 이용한 의료용품 시험 배송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드론을 이용한 비즈니스를 허용하는 미국 연방항공국(FAA) 규정이 발효됐다.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 1위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전날 샌프란시스코에서 볼보 XC 90 차량으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9월 피츠버그에서 시험 주행을 진행한 데 이어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이 차량에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 힘든 사각지대를 포함해 주변 지형을 분석하는 원격 레이저 시스템인 라이더 감지기(센서)와 카메라 등이 탑재돼 있다. 운전자는 자리에 앉아 주행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직접 운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이미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물론 지능정보기술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각종 규제와 한계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아마존의 드론 택배를 받으려면 큰 정원이 있어야 하고 상품도 2.6㎏ 미만이어야 한다. 드론 택배 서비스는 24시간 언제라도 가능하지만 규제로 인해 해가 떠 있는 시간대에만 제공된다.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도 당국의 제재에 부딪혔다. 캘리포니아주 교통당국은 우버가 자율주행차량 정부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운행 중단을 명령했다. 그러나 우버는 “운전석 안에 사람이 앉아있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하는 무인 자율주행 차량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선 지능정보사회가 하나 둘 현실이 되고 있는 반면, 국내 업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이 11월부터 국내에선 처음으로 드론 물류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개선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시범서비스 단계다. ‘비가시권 비행 금지’ 등 각종 제도적 한계에도 발 묶여 있다. 현재 정부가 항공관련 규제 완화를 거쳐 드론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시점은 2020년이다. 15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능정보사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밑그림 수준이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이나 규모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준경 KDI 원장은 “미국은 신기술 등을 일단 도입하고 사후 규제하는 방식이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규제기반을 갖고 있다”며 경직된 규제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중장기 대책이다 보니 2020~2030년까지 내다봐야 한다”며 “지금 당장 투자금 등을 확정하긴 어렵고 주요 정책 방향성 수립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