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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태어난 서피랑… 트렌드를 입은 예술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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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태어난 서피랑… 트렌드를 입은 예술의 도시

입력
2016.12.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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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로서 오늘의 통영을 만든 동피랑 마을. 맑은 하늘과 알록달록한 벽화, 주택의 지붕이 동화 속 장면 같다.
관광지로서 오늘의 통영을 만든 동피랑 마을. 맑은 하늘과 알록달록한 벽화, 주택의 지붕이 동화 속 장면 같다.

서울 이화동, 부산 감천마을, 인천 송월동, 청주 수암골… 골목골목 그려진 벽화와 특색 있는 조형물, 그리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은 최근 가장 매력적인 관광 트렌드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함께 점점 편리해지는 SNS 즉석 공유 방식이 이를 더욱 부추긴다.

연인과, 친구와, 가족과 추억을 남기기 좋은 벽화마을 추천에 항상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다. 동쪽 벼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동피랑은, 중앙시장을 바라보는 강구안 언덕배기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재개발 위기에 놓였던 처지에서 남해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좁은 골목골목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가득하다. 각종 예능은 물론 JTBC ‘빠담빠담’이나 KBS ‘착한남자’ 등의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유명해 한류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이 많은 인파를 보며 슈퍼마켓 할머니는 몇 년 전에 비해 사람이 줄어든 것 같다고 한다. 동피랑의 인기를 새삼 깨닫는다.

한결 같은 인기는 한결 같지 않은 콘텐츠에서 비롯한다. 이곳의 벽들은 2년마다 한번씩 새로운 옷을 입는다. 주로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또는 먼 곳에서 재능기부를 위해 통영을 방문한 이들이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벽화를 그린다. 인기몰이 중인 여러 벽화마을처럼 마을 곳곳에 트렌디한 마케팅을 펼치는 카페들이 자리한 것은 물론이다. 이미 동피랑의 매력에 빠진 여행객이 수년 뒤 또 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다.

벽화도 벽화지만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뷰이다. 마을 꼭대기 동포루에서 보는 강구안 바다는, 벽화와 주택의 화려한 색과 어울려 동화 같은 그림을 만든다. 겨울이면 색을 잃고 마는 나뭇잎과 달리 계절에 관계 없이 한결같다.

2년마다 새로운 옷을 입는 동피랑 마을의 벽.
2년마다 새로운 옷을 입는 동피랑 마을의 벽.
벽화 봉사의 흔적.
벽화 봉사의 흔적.

동쪽에 동피랑이 있다면 강구안 너머 서쪽에는 서피랑이 있다. 통영을 떠난 지 수년이 지난 사람들에겐 그 곳에 여행객이 있다는 사실이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서피랑이 관광지로 변모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언덕 아래에서 카페 ‘in 서피랑’을 운영중인 이승희(47)씨는 서피랑을 ‘어두운 골목에서 가장 밝은 골목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중’이라 표현했다. 본래 ‘야마골’이라 불리던 집창촌이 있던 자리다. 2013년 마을공동체위원회 주도로 서피랑의 계단을 ‘99계단’이라 이름 붙이고 꾸미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페인트를 다시 칠한 작년 10월경이다. 지역의 대표 문인 박경리의 시집 ‘나비야 청산가자’와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나비의 꿈’에서 착안해 나비를 테마로 꾸몄다. 계단은 아래에서 올려봤을 때 책이 쌓인 형상이다.

한적한 오전 서피랑을 찾은 통영의 젊은 커플은 여행객들이 너무 많이 몰리는 동피랑에 비해 한산하다는 점을 매력포인트로 꼽았다. 예쁜 계단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서쪽으로 발길을 돌릴 것을 추천한다. 다만 서피랑은 99계단과 서너 가지의 조형물, 그리고 꼭대기 서포루에 있는 대형 우체통 정도가 전부인 작은 언덕이기 때문에, 더 다양한 벽화나 카페를 원하는 이들은 동피랑이 우선이다.

나비를 테마로, 책을 쌓아 놓은 듯한 서피랑 99계단.
나비를 테마로, 책을 쌓아 놓은 듯한 서피랑 99계단.
서피랑에 오면 꼭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다는 엉덩어 모양 조형물.
서피랑에 오면 꼭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다는 엉덩어 모양 조형물.
서피랑 언덕 위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연인.
서피랑 언덕 위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연인.
서포루의 대형 우체통. 이색적인 기능은 없다.
서포루의 대형 우체통. 이색적인 기능은 없다.

사실 통영은 동피랑의 벽화와 서피랑의 계단을 제외하고도 예술적 인프라가 풍부한 도시다. 문인 유치환, 박경리, 작곡가 윤이상 등 여러 문화예술인이 태어나고 거쳐갔다. 이를 활용해 청마 유치환 거리, 윤이상 거리, 청마문학관, 박경리기념관, 윤이상기념관 등을 시내 곳곳에 꾸며둔 것은 물론, 아름다운 경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통영국제음악당이나 세계 유명 조각가의 작품들로 꾸며진 남망산조각공원까지 갖췄다. 이처럼 곳곳에 묻은 예술의 흔적이 바로, 12월에도 섭씨 10도를 오르내리는 이 따뜻한 남쪽도시를 찾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겨울 통영 적시는 4色 매력

(1) 깊숙이 들어와 녹아 내리다… 따뜻한 통영의 겨울 바다

https://goo.gl/a1zqMG

(2) 한 입 물면 쏟아지는 싱싱함, 제철 맞은 통영 굴https://goo.gl/yXxqBP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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