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4년차 전준범(25ㆍ울산 모비스)은 12월17일이 특별하다. 좋은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잊고 싶은 악몽이 2년 연속 같은 날에 반복됐기 때문이다. 두 차례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자 ‘만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등 번호가 17번이지 않나”라며 “그냥 ‘전준범 데이’”라고 ‘쿨’하게 웃었다.
전준범은 2014년 12월17일 서울 SK전에서 팀이 89-86으로 앞선 경기 종료 2초를 남기고 골밑슛을 시도하던 상대 애런 헤인즈에게 반칙을 했다. 가만히 두면 1점 차 리드를 지켜 끝나는 상황이지만 ‘괜한 파울’로 추가 자유투까지 내줬다. 다행히 헤인즈가 자유투를 실패하며 모비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유 감독은 화를 삭이지 못했다. 더구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전준범이 손가락으로 하트를 날리는 모습도 목격했다. 유 감독은 “반칙은 할 수도 있는데 이후 행동 때문에 화가 났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로부터 1년 후 모비스는 2015년 12월17일 서울 삼성을 상대했다. 모비스는 72-71로 앞선 종료 2.9초 전 파울로 삼성 장민국에게 자유투 2개를 줬다. 이번에도 ‘범인’은 전준범이었다. 장민국은 침착하게 자유투를 모두 넣었고, 결국 모비스는 졌다. 하지만 유 감독은 1년 전과 달리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감쌌다.
운명처럼 ‘전준범 데이’는 3년 연속 찾아온다. 올해 12월17일도 모비스의 경기 날이다. 이날 상대는 부산 KT다. 농구 팬들은 물론 모비스 구단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고 있다. 모비스는 구단 페이스북을 통해 “매년 12월17일마다 전준범 선수에게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일어난다는데”라고 ‘전준범 데이’를 예고했다.
올 시즌 전준범은 주전 한 자리를 확실히 꿰찼다. 15일 현재 19경기에서 평균 30분47초를 뛰며 11.2점 2.5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3점포는 평균 2.7개를 꽂아 3점슛 성공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슛 감각도 좋다. 지난 9일과 11일 고양 오리온, 전주 KCC전에 3점슛 3개씩 터뜨리며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14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3점슛만 7개를 터뜨려 21점을 몰아쳤다.
올해 세 번째 ‘전준범 데이’를 맞는 전준범은 진짜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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