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대학풋볼(NCAA) 웨이크 포레스트대의 경기 전략을 이 대학의 전 코치이자 담당 아나운서가 상대 팀에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언론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웨이크 포레스트대가 3년간 경기 전략 등을 상대 팀에 빼돌린 것으로 드러난 토미 엘로드를 해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엘로드는 이 대학에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선수로 뛴 뒤 11시즌 동안 어시스턴트 코치를 지냈다. 2014년 감독 교체와 함께 코치직에서 물러난 엘로드는 이후 마이크를 잡았다. IMG 대학 라디오 방송에서 웨이크 포레스트대의 경기를 전담 중계한 엘로드는 모교 풋볼팀의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팀 연습은 물론 비디오 분석까지 두루 챙기며 웨이크 포레스트대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엘로드는 상대 팀에 대한 맞춤 전략 같은 비밀 정보 등을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3년간 상대 팀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웨이크 포레스트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어떻게 우리 대학의 학생이자 선수, 졸업생이자 코치, 그리고 현재 학교 라디오 아나운서인 그가 모교를 배신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가 선수들은 물론 팀 운영, 비디오 분석룸, 연습까지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는 우리의 믿음을 배반하고 우리 전체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웨이크 포레스트대 지원 스태프들이 루이빌대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적지인 루이빌의 파파 존스 스타디움을 방문했다가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팀의 경기 전략 등이 포함된 문서를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웨이크 포레스트대는 지난달 13일 펼쳐진 경기에서 루이빌대에 12-0으로 앞섰으나 이후 44점을 내주고 대패했다. 웨이크 포레스트대는 한 달여간 엘로드의 이메일, 문자 메시지, 통화 기록을 분석한 끝에 그가 2014년부터 팀의 극비 정보를 상대 팀에 빼돌린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팀이 이 유출 스캔들에 연루됐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웨이크 포레스트대와 루이빌대가 속한 대서양 연안 콘퍼런스(ACC) 사무국은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미국 언론은 이 사건을 내부 고발자가 개입된 ‘위키리크스’에 빗대 ‘웨이키리크스’로 부르며 대학풋볼의 과도한 경쟁이 부른 참사라고 규정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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