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이후 8년 만이다. 배우 조인성이 권력의 이면을 조명하는 영화 ‘더 킹’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조인성은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더 킹’(1월 개봉) 제작보고회에 한재림 감독과 배우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더 킹’은 세상 위에 군림하는 권력가들의 맨 얼굴을 들춰내며 한국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거침없이 그려낸 영화다. 조인성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와 함께 성장해나가며 권력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남자 박태수로 분해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그는 “제대하고 나서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하지 않고 좋은 작품이면 하겠다는 목표 속에서 일하다 보니 연달아 드라마만 하게 됐다”며 “오랜만에 인사 드리는 만큼 영화에 큰 비중으로 나와서, (저를)기다리셨던 분들께는 목마름을 해결해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시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통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 연기, 미술, 촬영 등에서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서로 같이 나눴다”고 덧붙이며 한국 현대사를 폭 넓게 다룬 점을 강조했다. 조인성은 “나도 81년생이니까 올림픽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등 나름대로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며 “그러면서 태수라는 인물을 더욱 자연스럽게 소화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의 부조리함을 비판한 영화 ‘더 킹’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만하다. 최근 공개된 1차 예고편에는 굿을 하는 장면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영화 제작사 이름이 우주필름이라 ‘큰 기운을 얻어간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 감독은 “시국과 닮아있는 부분을 일부러 의도했다기 보단,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많은 권력자들이 이런 일들을 하셨다는 걸 알게 됐다”며 “사실 웃자고 만든 건데 시국과 상황이 맞아 떨어진다는 게 정말 비극이고 불운”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주필름’은 SF 영화를 만들고 싶은 내 꿈이 녹아있는 것”이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며 시국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해왔던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박태수가 따라 하고 싶어하는 숨은 권력자 한강식 검사 역을 맡은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땐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을 풍자하고 해학적으로 비트는 내용이라서 굉장히 용기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시국이 이렇게 됐다”며 “촬영이 다 끝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보니 굉장히 우연하게도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그래서 감독님께 시나리오를 쓸 때 신 내린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 속 박태수의 롤모델이 한강식이듯 조인성의 ‘워너비’ 역시 정우성이었다. 평소 친한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인성은 정우성과의 만남이 ‘복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때 (정우성이 출연한)SBS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를 보며 배우의 꿈을 꿨다”며 “정우성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내 워너비로 남아있는 선배”라고 치켜세웠다. 한때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정우성이 2002년 연출했던 뮤직비디오에 신인이었던 조인성이 출연하기도 했지만 둘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는데, 조인성은 이제 그러한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한텐 너무 어렵고 먼 선배님이셨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반대로 우성 형이 손을 내밀어 준 느낌이었다”며 “많이 챙겨주고 좋아해주시는 구나, 이제서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왔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우성 역시 조인성의 캐스팅이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하며 거들었다. 그는 “(조)인성이는 데뷔 때부터 봐왔던 후배이고, 같은 회사에 있었지만 많이 가깝게 지내지 못한 후배라는 아쉬움도 있었다”며 “같은 시대를 살며 이런 시나리오가 있을 때 같이 작업 안 하면 언제 또 이 친구랑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