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열(27) 씨는 요즘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씨의 반려동물이 최근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루 실컷 울고 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여겼지만 함께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르며 김씨는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며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다.
동물전문 페이스북 동그람이(https://www.facebook.com/animalandhuman)는 이달 초 독자들에게 반려동물을 잃은 뒤 상실감에 빠지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은 사연을 공모했다. 김씨가 여기에 자신의 사연을 올리자 다른 독자들의 위로가 이어졌다. 송수현 씨는 김씨에게 "가족을 잃고 얼마 되지 않은 지금, 괜찮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며 "지난날을 추억하며 반려동물 덕분에 행복했다고 인사할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자"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 외에도 "하늘나라 문 앞에서 반려동물이 반려인을 제일 먼저 마중나와 기다린다는 말에 힘을 얻었어요"(한선미), "내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있을 거라는 말, 그리고 나 때문에 그 아이가 행복하고 감사했을 거라는 말이 위안이 되었어요"(박상은) 등이 사별한 반려인들에게 위로가 된 말들로 꼽혔다.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2012년 부산에서 한 40대 여성이 자신의 반려견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뒤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미국 수의사협회(Amercian Veterinery Medical Association)가 공개한 '펫로스 증후군에 대처하는 법' 에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대목이 있을 만큼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는 반려인들에게 별 생각 없이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라'는 말을 건네는 등 주변인들이 반려인들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슬픔에 더해 또 다른 비애를 겪는다. 미국 텍사스 스테이트 대학의 밀리 코다로 교수는 2012년 10월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를 '인정받지 못한 비애'(disenfranchised grief)라고 표현했다.
일본의 경우 반려동물 관련 보험사인 '아이페트손해보험'이 반려동물 사망시 반려인에게 3일의 휴가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러한 배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펫로스 증후군에 관한 논문을 2015년에 발표한 국립중앙의료원 모효정 박사는 자신도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위해 회사로부터 휴가 등의 배려를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모 박사는 "반려인구가 1,000만을 넘었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 아직 반려동물은 '동물'일 뿐"이라며 반려동물이 반려인에게는 가족이라는 점을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맘튼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성종 박사는 "상실과 애도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도 타인의 슬픔을 예단할 수 없고 타인이 슬퍼할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며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반려인들에게는 사람을 잃은 슬픔의 경우와 같은 정도의 위로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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