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책임 모습 보이며 차별화
潘의 킹 메이커로 나설지 주목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오는 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을 끝으로 7개월 동안의 여정을 마친다. 그동안 친박과 비박 사이의 ‘낀박’ 신세임에도 야당과의 협상을 무난히 이끌면서 당내 초ㆍ재선 의원들의 신뢰를 얻어 보수진영의 주요 리더로서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탄핵 절차가 마무리된 마당에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도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퇴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선 그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원내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자유투표를 관철시킨 데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친박계의 평가가 냉소적이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내려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더 많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양심에 따라 자유투표에 임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제 친박계로 당 윤리위원회를 충원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주위에서 정신 나갔다고들 한다. 가족들은 그 당에서 당장 나오라고 한다”고 이례적으로 친박계를 비판했다.
당초 지난 12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정협의체 가동까지 합의했던 정 원내대표가 돌연 사퇴로 입장을 바꾼 것은 당일 원내부대표단과의 회동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친박계 위주인 원내부대표단이 탄핵안 가결에 대한 원내대표 책임론을 들고 나오자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또 최근 한 친박계 최고위원은 회의석상에서 “정 원내대표가 초ㆍ재선 의원들에게 가결 투표 때 인증샷을 찍어도 된다고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탄핵안 가결을 방조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원내대표 경선 때는 도와달라 읍소해놓고, 탄핵안 가결 저지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고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ㆍ비박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불안한 당내 입지도 사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의총에서 정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앞장서 만류하는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낀박으로서 불안한 입지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대통령 탄핵안 가결 정국에도 싸움만 벌이는 구태 정치와 선을 긋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차별성을 확보해 다음달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킹메이커가 되는 게 낫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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