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ㆍ중신용자 대출 서비스
빅데이터 활용 신용평가 선보여
은행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KT 증자 못해 사업추진 애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내년 1월 드디어 문을 연다.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 등장이 예고되고 있지만, 은산분리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한 ‘반쪽 출범’이어서 당장 금융산업의 거대한 변화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오후 금융위 의결을 거쳐 K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은행 신설 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현 우리은행) 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본인가를 받은 K뱅크는 막바지 점검 작업을 마친 후 이르면 다음달 말 공식적으로 은행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뱅크는 지점 없이 모든 업무를 모바일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24시간 365일 회원가입에서부터 상품가입, 대출신청, 상담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 기존 은행과 달리 정기예ㆍ적금 이자를 현금뿐 아니라 디지털 음원이용권, 휴대전화 데이터, 각종 포인트 등으로 지급한다.
K뱅크가 가장 주력 서비스로 내세우는 것은 중금리ㆍ중신용자 대출이다. 기존 은행에서 대출이 힘들었던 신용등급 4~6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연 7~8%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심성훈 K뱅크 대표는 이날 “금융거래가 없어 신용등급이 낮은 사회 초년생이나 경력단절녀,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주주사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통신요금을 연체 없이 잘 내면 신용도가 올라가는 식이다. 계좌개설 정보만으로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간편 소액대출도 선보인다.
KT 등 산업자본이 주도하면서 금융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주축이 되어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로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한도가 4%로 묶여 있는 만큼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심 대표도 “여신규모가 늘어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3년 내 최소 2,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다”라며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KT가 증자하기 어려워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지는 좋지만 아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산분리 규제부터 완화해주면 산업자본이 은행예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등 반발 여론의 장벽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현재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존 은행권에서 속속 선보이는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차별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수준을 봐야겠지만 획기적으로 금리를 낮춰주지 않는 한 이용방식이나 서비스는 현재 은행의 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기존 국내은행의 경쟁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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