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터넷 시대의 스마트 시민들은 정치를 더 이상 정치인에게만 맡기지 않는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도구들은 누구나 쉽게 공론에 참여해 의견을 말하고 힘을 모아 정치를 혁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시민을 필요할 때만 동원할 뿐 권력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 기성 정치는 싫어하겠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한 직접민주주의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이런 경향은 2011년 전세계를 휩쓴 점령시위 이후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
‘디사이드 마드리드(decide.madrid.es)’는 스페인 마드리드 시의 직접민주주의 플랫폼이다. 작년10월 오픈했다. 시의 예산 지출 내역과 회의 기록을 모두 공개하고, 시민으로부터 직접 정책 제안을 받는다. 마드리드 인구의 2%(약 5만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제안은 공식 정책으로 채택된다.
핀란드의 ‘오픈 미니스트리’는 국민발의 제도를 온라인에서 구현한 웹사이트다. 누구나 여기서법안을 제의하고 토론할 수 있다. 5만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법안이 국회로 자동 회부된다. 법안 작성은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한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미국의 션 파커가 거액을 투자해 개발한 ‘브리게이드’도 정치 플랫폼이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 표시, 선거 운동 참여, 커뮤니티와 공동체 조직 등의 직접 행동을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진 ‘데모크라시OS’는 신생 정당인 인터넷파티의 활동가, 기업가, 학생, 해커 등이 개발했다. 인터넷 시대의 민주주의를 화두로, 정책 제안과 투표까지 누구나 들어와서 이슈별 플랫폼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의 ‘거브제로’(g0v.tw)가 독보적이다. 해커 등 개발자들이 만든 공공데이터 포털로 국회의 입법 일정, 법안, 예산 등 각종 자료를 시민들이 알기 쉽게 가공해 제공하고, 정치인에 대한 정치기부금 내역을 공개해 감시한다. 거브제로 출신 해커 오드리 탕이 최근 장관이 됐다.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 민주주의를 구현할 도구로는 뉴질랜드 청년들이 개발한 ‘루미오’가 대표적이다. 충분한 토론과 투표를 거쳐 수평적이고 협력적이면서 합리적인 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설계된 툴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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