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다국적 기업 CEO인 렉스 틸러슨을 초대 국무장관에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변칙ㆍ파격 인선이 외교안보라인에서 정점을 찍은 셈이다. 매파 일색의 기업가로 구성된 외교안보 라인은 종전에 봐 왔던 외교정책과 전략의 틀을 적잖이 수정할 게 분명하다. 한국 외교가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외교환경 변화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친러파다. 엑손모빌 CEO를 지내면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와 북극 에너지 개발협정을 맺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우정훈장까지 받았다. 틸러슨 지명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만관계와 무역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과 마찰을 빚은 터여서 틸러슨 지명이 ‘반중 친러’전략의 일환이란 관측이 많다.
공직 경험도 없고, 기업 관련 국제협상만 해 온 틸러슨 지명자에 대한 공화당 내부 반발이 크고, 상원 인준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 공식 임명까지 아직 불투명한 요소가 없지 않지만 한국 외교로서는 커다란 도전이다. 무엇보다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을 막론하고 백악관과 국무부에 매파와 비둘기파가 공존ㆍ경쟁하며 균형을 잡아온 미국의 대외 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에게서 엿보이는 기업가적 사고와 접근법은 중국 문제뿐만 아니라 북핵, 주한미군, 자유무역협정 등 한반도 관련 현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동일 사안을 때와 장소에 따라 180도 다르게 밝힌 경우가 허다하지만, 단순히 외교적 식견 부족 탓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상대의 기대와 약점을 놓치지 않는 기업가적 감각과 자세에 가깝다. 틸러슨 지명자 또한 기업가로서 잔뼈가 굵어 온 경험을 외교관계와 대외협상에 그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는 지명 일성으로 미국의 힘과 안보, 주권향상에 덧붙여 외교적 수사나 다름없는 “동맹 강화”를 강조했지만, 기존의 인식 틀로 그의 성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한국 외교의 환경변화는 불가피하고, 급박하다. 이미 밑그림이 그려진 반중 친러 정책에 덧붙여, 대통령과 외교수장이 모두 기업가 출신인 차기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미 동맹과 한반도 문제를 조율해 나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 가치에서 구체적 국익으로 관심이 옮겨 가고, 미중 갈등 흐름 속에서 대중관계 또한 복잡성을 더하게 마련이다. 이런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한국외교의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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