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학, 교사채용 미끼 뒷돈요구 잇따라 적발
9명에게 14억3000만 원… 설립자 후손들끼리 분배
교사채용을 미끼로 거액을 요구한 사학재단 전ㆍ현 이사(장)과 이사장 아들 등이 잇따라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교사 채용과정에서 돈을 받고 교사 9명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배임수재 등)로 대구 달서구 K사학재단 설립자의 3남인 전 이사장과 이사 2명, 이사장의 딸인 행정실장, 브로커인 전직교사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교사와 이들 교사의 아버지 등 5명을 배임증재혐의로, 받은 돈을 나눠 받은 이사장의 여동생 등 가족 3명은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혐의가 경미한 3명은 기소유예했다.
검찰조사 결과 전 이사장 손모씨 등은 지난해 10~12월에 걸쳐 채용한 교사 10명 중 9명으로부터 1인당 1억3,000만~2억 원씩 모두 14억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손씨는 돈을 준 지원자는 과목별 필기 및 면접 성적이 최하위권이라도 채용했지만, 주지 않은 지원자는 1등도 탈락시켰다.
검찰조사 결과 손씨 등은 이렇게 마련한 돈을 자녀와 형제들끼리 나눠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는 수년 전에도 교사채용 비리로 말썽을 빚었다. 이번 사건도 설립자의 큰 아들이 검찰에 진정했다가 철회했지만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검찰은 또 교사로 채용시켜주겠다며 교사지원자 2명으로부터 모두 3억 6,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대구 수성구 O고 재단이사장 아들 A씨와 A씨 은사이자 현직 고교 교사인 B씨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서로 짜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C씨와 D씨 등 2명에게 접근해 “자식을 재단 산하 고교 교사로 뽑아주겠다”고 속여 C씨에게는 1억 6,000만 원, D씨에게는 2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피해자들은 A씨가 사학재단 이사장 아들이라는 사실에 믿음을 가지고 돈을 건넸지만 A씨가 차일피일 자식들의 교사 채용을 미루자 검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사채용 비리가 드러난 달서구 K사학재단에 대해 재단 산하 중학교 학급수를 2017학년도 신입생부터 5학급에서 3학급으로 2학급 감축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 세금으로 지원하던 학교장 1명 인건비 지원을 중단하고, 행정실장 직급도 1직급 하향조정했다. 동시에 학교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제외한 모든 재정지원과 교사 연수, 포상 등에서도 제외키로 했다.
또 16일 오전 대구지역 사립학교 법인 이사장 회의를 긴급 소집, 사립학교 교육 정상화 대책을 논의하고 교사채용 필기시험을 시교육청에 위탁하는 ‘사립학교 교사 임용시험 위탁’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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