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건축가 김중업 作
수차례 개축되면서 훼손 심해
원형 복원 동시에 2개동 신축
“양국 관계 새로운 상징 될 것”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주한프랑스대사관이 반세기만에 변화를 맞는다.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는 14일 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대사관 건물을 보존ㆍ복원하는 한편 갤러리와 타워 등 건물 두 동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설계는 프랑스의 사티 건축과 한국의 매스스터디스가 공동으로 맡는다.
국내 1세대 건축가 김중업에 의해 1962년 준공된 주한프랑스대사관은 크게 관저와 사무동으로 나뉜다. 한국 전통양식인 처마를 콘크리트로 재현한 지붕이 특징인 주한프랑스대사관은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사옥과 함께 한국 현대건축의 걸작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반 세기 넘는 세월 동안 건물이 낡은 데다가 특히 사무동은 수 차례 개축을 거치면서 본래의 형태가 훼손돼 신축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김수근 공간사옥이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보호 받는 반면 대사관저는 문화재 등록이 불가능해, 건축계 일각에서는 국내 건축사의 주요한 족적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도 했었다.
페논 대사는 이날 ▦관저 보존 ▦사무동 복원 ▦갤러리동과 타워동 신축을 골자로 내세웠다. 그는 “프랑스 정부는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대사관 건물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신축을 논할 때도 김 선생의 작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서 “이에 따라 관저는 그대로 두고 사무동은 원형을 최대한 복원한 뒤 파빌리온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축하는 갤러리동과 타워동은 각각 사무동의 동쪽과 북쪽에 지어질 예정이다. 갤러리동은 2층 높이에 길이 60m로 길고 납작하게, 타워동은 높이 30m에 11층으로 좁고 높게 계획됐다. 공동 설계를 맡은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는 “54년 전 건축 당시 대사관은 양국 문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건물이었고 우리(건축가)에겐 그 점이 가장 중요했다”면서 “사무동의 개축된 부분을 들어내고 원형을 그대로 되찾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반세기 전엔 대사관이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지만 현재는 앞뒤로 아파트가 병풍처럼 가리고 있는 상태”라며 “신축 건물을 통해 대지 경계선의 가독성을 살리고 사방에 존재감을 가진 건물이 되기를 바랐다”고 설계 방향을 설명했다.
갤러리동은 주민을 위한 개방적인 공간으로, 타워동은 서울 곳곳에 분산된 대사관 소속 건물들을 한 곳으로 합치는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페논 대사는 “갤러리에서 영화, 강연,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며 “대사관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상징물로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축 건물은 2018년 초에 착공해 2019년 여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조 장관은 “양국의 역사와 문화가 그대로 녹아 있는 건물에 대해 보존과 복원을 결정한 프랑스 정부에 감사한다”면서 “새로 지어지는 대사관 건물을 통해 양국 관계가 더욱 성숙해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한프랑스대사관을 설계한 김중업 건축가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준공 이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 공로훈장과 함께 슈발리에(기사) 칭호를 받기도 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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