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문서 유출자 색출 명분
PC에 전용 뷰어 프로그램 설치
실시간ㆍ과거 영상 모니터 가능
노조, “사실상 불법사찰” 반발

광주시교통문화연수원이 직원들 동의도 없이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용식 원장이 자신의 집무실 컴퓨터(PC)를 통해 직원들의 사무 영상을 원격 모니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연수원 측은 노조가 “직원 감시를 넘어 사찰에 가깝다”며 강력 반발하자 14일 뒤늦게 사무실에 달린 CCTV를 철거했다.
14일 교통문화연수원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정 원장이 CCTV 업체 관계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사무실에서 문서가 유출돼 유출자를 찾으려 한다”며 최근 한 달 간 연수원 내 CCTV(13대)에 녹화된 영상을 자신의 집무실 PC에 백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 원장의 부탁을 받고 연수원 2층 집무실을 방문한 A씨는 정 원장이 녹화영상 백업을 위해 준비해 놓은 컴퓨터 외장 하드디스크가 호환성이 없어 백업을 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PC를 통해 CCTV 관제 화면을 관리자와 똑같이 실시간 영상과 과거 영상을 볼 수 있는 전용 웹 뷰어 프로그램을 정 원장의 PC에 설치해 줬다. A씨는 “정 원장이 백업에 실패하자 과거 CCTV 영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해 전용 뷰어 프로그램을 정 원장의 PC에 깔아줬다”며 “당시 CCTV 관제 담당 직원과 이야기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원장이다.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수원 측은 그 동안 연수원 건물 외부에 설치된 CCTV의 관제를 셋톱박스와 모니터가 설치된 1층 기계실에서만 해왔다.
그러나 정 원장은 전용 웹 뷰어 프로그램이 깔린 PC를 통해 CCTV 과거 영상을 검색하고도 정작 문서 유출자자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원장은 자신의 집무실 PC에서 CCTV 관제 영상을 원격 조회할 수 있게 되자, 지난 8일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CCTV 2대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광주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흘 뒤 설치를 강행한 정 원장이 직원들의 근무태도 등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의 반발은 거세졌다.
당장 노조는 “정 원장이 사무실에 앉아서 한다는 일이 CCTV로 직원 감시하는 것이냐. 이는 불법사찰에 가까운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격분했다. 연수원 측도 이런 사실을 광주시에 통보하고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고, 광주시도 이날 정 원장에게 사무실 내 CCTV를 철거하도록 지시했다. 앞서 정 원장은 사무실 내 CCTV 설치에 대해 “절도사건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 원장이 최근 자신의 비위 의혹과 관련한 내부 자료를 노조가 외부 유출했다는 걸 빌미로 노조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정 원장 말대로 CCTV가 절도사건 방지용이라면 자신의 집무실엔 왜 CCTV를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했다. 연수원 측은 CCTV 설치를 둘러싸고 노조뿐만 아니라 비노조 직원들까지 반발하고 나서자 지난 13일 사무실에 설치한 CCTV 2대 중 카메라가 직원들이 근무하는 쪽으로 향해 있는 1대를 작동하지 않도록 끈 데 이어 14일 CCTV 2대 모두 떼어냈다. 한국일보는 정 원장의 해명을 듣기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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