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대통령 성형 시술 부인… 거짓말이거나 ‘제3비선 의사’ 의혹

청와대 주치의 출신 대학병원장들과

간호장교 신보라 등 “시술 안했다”

다른 의사가 시술했을 가능성도

대학병원들 김영재 발벗고 도와

최순실에 김씨 소개해준 사람은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밝혀져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서 박영선의원이 김영재 원장을 상대로 한국일보에 보도된 박근혜 대통령 시술흔적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최씨의 단골 의사들, 청와대 의료진 등이 연루된 의료농단 의혹 규명이 14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3차 청문회의 초점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사진 분석을 통해 제기된 미용성형 시술(본보 14일자 1, 2면)이 누구에 의해,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를 밝히려는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김상만ㆍ김영재씨 등 최씨 단골 의사들의 대통령 비선진료 의혹, 김영재씨에 대한 정부와 대형 대학병원들의 특혜 제공 의혹도 주요 관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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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비선의사가 대통령 성형시술?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면담을 앞둔 시기 등에 미용성형 시술(필러 등)을 받았다는 본보의 사진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 질의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성형시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김영재씨가 시술 당사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김영재씨는 입가에 멍이 든 모습 등 본보의 박 대통령 얼굴 분석 사진을 보자마자 “필러 같다”는 견해를 내놨지만 자신은 “박 대통령에게 성형시술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2014년 2월 청와대 연락을 받고 박 대통령의 얼굴 흉터를 살피러 처음 청와대에 갔고 이후에도 5차례 정도 더 방문했다”고 비선진료 사실은 시인했다.

김상만씨 역시 “성형시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초대 의무실장이었던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교수, 의무실 소속 간호장교 신보라씨 등 청와대 의료진 출신 증인들 역시 “대통령에게 성형시술을 한 적 없고, 시술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영재씨 등이 거짓말을 하거나 대통령 성형시술을 맡은 제3의 비선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의료진은 또 다른 비선진료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청와대 부속실이 관리하는 ‘보안손님’ 자격으로 의료인이 비밀리에 드나들었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3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의원이 김영재 원장을 상대로 한국일보에 보도된 박근혜 대통령 시술흔적에 대한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김영재 특혜에 발벗은 대학병원들

이날 청문회에서 최순실씨에게 김영재씨를 소개해준 사람이 박 대통령 초대 주치의인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원장은 “최씨가 5, 6년 전 세브란스병원에 진료하러 왔을 때 알게 됐다”라며 “2013년 3, 4월쯤 최씨가 피부미용이나 안면성형에 대해 묻기에 원내 교수를 통해 알고 있던 김영재씨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손꼽히는 국내 대형 대학병원들은 이후 김영재씨와 김씨 가족회사를 적극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 피부과 자문의였던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김씨가 개발한 성형용 실의 임상시험을 주도했고, 김씨 처남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회사 제품을 박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9~10월 서울대병원과 김씨 가족회사가 중동에 성형클리닉센터 공동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씨 처남과 병원 담당자가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병원 측이 보낸 메일 중엔 ‘계약서가 병원에 불리하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대병원) 교수는 원장(김영재)의 부하가 아니다. 교수들이 알면 큰일 난다’ ‘시술보다는 연구, 교육 같은 용어가 앞에 나와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씨 측이 우월적 지위에서 서울대병원과 공동사업을 추진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김씨가 성형용 실을 납품하고 수술용 실 개발에 있어 정부 지원금을 따내는데 있어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창석 원장은 이날 다른 증인들과 어긋난 증언으로 진실 공방을 벌였다. 서 원장은 김씨 부인을 만나 성형용 실 구매 제의를 받는 과정에서 동료 의사인 이임순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가 김씨를 소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교수와 김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서 원장이 ‘좋은 기술이 있다면서요’라며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차광렬(왼쪽부터) 차병원그룹 총괄회장, 신보라 전 대통령경호실 의무실 간호장교, 김상만 전 대통령자문의, 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