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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황... 27년 만에 활동 접는 울산 양육회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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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황... 27년 만에 활동 접는 울산 양육회후원회

입력
2016.12.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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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상주하는 외국인 감독관과 가족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양육원후원회(Orphanage Committee) 회장인 대만 국적의 바이올렛 우(Violet Wu·48)씨는 14일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울산=연합뉴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상주하는 외국인 감독관과 가족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양육원후원회(Orphanage Committee) 회장인 대만 국적의 바이올렛 우(Violet Wu·48)씨는 14일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울산=연합뉴스

지난 10일 울산 동구 서부동 외국인 클럽하우스에서는 조촐하지만 훈훈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이날 파티에 참여한 울산양육원 원생 80여 명은 현대중공업 외국인 선주 및 선급 감독관과 가족들이 주축이 된 양육원 후원회(Orphanage Committee)가 열어준 파티에서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이런 훈훈한 광경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1989년부터 활동해 온 울산지역 최장수 외국인 봉사단체인 양육원 후원회가 올해를 끝으로 27년 만에 활동을 접기 때문이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조선업 불황으로 외국인 감독관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미국 덴마크 대만 등 다양한 국적의 후원회 회원들은 마지막 송년파티를 위해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음식과 간식을 준비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과 공연 등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했다. 특히 후원회 회원들은 산타 복장으로 분장하고 손수 포장한 과자 꾸러미와 함께 아이들이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25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회원들이 준비한 마술쇼를 관람하고, 장기자랑에 직접 참여하는 등 각종 게임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 행사를 주관한 후원회 회장인 대만 출신 바이올렛 우(48) 씨는 “가족의 온정이 더욱 그리워지는 연말을 맞아 아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아이들의 티 없이 밝은 모습에 오히려 어른인 우리가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 씨는 2008년부터 올해로 8년째, 역대 회장으로는 최장기로 양육원 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양육원 후원회는 울산양육원생들을 위해 출범하던 해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파티를 개최해 왔으며, 자선 바자회, 세계요리강습회 등 각종 행사를 통해 마련한 성금을 아이들의 학용품과 생필품 등을 마련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우 씨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큰 기쁨이어서 고아원후원회 활동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도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소외계층 아이들을 돕는 데 관심이 많았던 그는 울산에 오자마자 자연스럽게 고아원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우 씨는 한국말로 “주변의 도움 없이는 외국에서 자선 활동을 지속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아원후원회 운영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도움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아원후원회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는 그는 덴마크 머스크(Maersk)사의 감독관인 남편 헨닝 야콥슨(Henning Jacobsen) 씨를 따라 2005년 울산으로 왔으나 남편의 프로젝트가 올해 말에 끝나 내년 초 대만으로 돌아간다.

그는 양육원 후원회 운영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육 봉사, 기부, 성금 모금 등 활발한 나눔을 펼쳤다. 올해까지 26년째와 23년째 이어진 김치 담그기와 기증품 판매전 등 현대중공업 주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울산시는 오랜 시간 머문 만큼 울산에 애정이 특별한 우 씨에게 2010년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관리하는 외국인 사택에서 가장 오래 산 외국인 가족이기도 하다.

우 씨는 친절한 주민들과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거제 등 다른 도시로 거처를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11년간 울산과 함께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울산을 떠나게 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남편이 다시 현대중공업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돌아오면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울산의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에도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울산=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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