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 언어가 변하고 그 과정에서 사장되거나 새롭게 등장하는 말이 있다. ‘What number did you dial?’ 문장은 어떨까. Smart phone 시대에 1960, 70년대 다이얼식 전화기를 상상하기란 어렵지만 당시에는 엄연한 필수 단어였다. 이제는 dial이라는 단어는 사전에만 존재하고 실제 쓰일 확률은 희박해졌다. 게다가 dial은 Latin어 시대에는 daily에서 유래한 것을 참조한다면 수백 년이 지날 때마다 처음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중간에 dial식 전화기 시대의 dial tone이나 70, 80년대 touch tone도 고전적 표현으로 묻히고 있다. 전화기에 있던 # 부호를 한국인은 ‘우물정’자 혹은 sharp button이라고 불렀고 영어에서는 80, 90년대까지 pound sign이라고 불렀는데 SNS가 활발한 세대에서는 똑같은 부호를 hashtag라고 부른다. 과거에 ‘전화를 끊다’는 용어로 다이얼식 전화기를 ‘내려놓다’는 뜻으로 hang up the phone, hang it up이라고 말하던 것을 손전화기 터치하는 시대에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TV도 이제는 인터넷망이나 케이블 선으로 연결되고 안테나가 내장된 TV 수신기 덕분에 ‘안테나를 조정해 보세요’(Adjust TV antenna)같은 말도 쓸 일이 거의 없어졌다. 60, 70년대에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이 ‘채널 고정 해주세요’의 뜻으로 ‘Stay tuned and don’t touch the dial’이라고 했는데 이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Don’t touch that button’이나 ‘Just stay tuned’라고 말해야 그나마 시대 상황과 실제 물건의 변화와 어울릴 것이다.
미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이던 ‘개인 수표와 금전 대차표’도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전기 수도 난방 등의 요금을 오직 personal check에 기입하여 우송하던 방식도 이제는 online banking, web banking으로 바뀌면서 소위 ‘Balance your checkbook’같은 말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화 번호를 묻기 위해 114 번호를 돌린 것이나 미국에서는 411을 돌리던 것도 고전이 되고 있다. 아직도 114, 411시스템을 통신사나 큰 기관에서 쓰기도 하지만 이 용어 역시 사장언어가 되고 있다. 지금도 노장년층에서는 가끔 ‘Ditto’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쓰던 ditto machine에서 나온 것이다. ‘먹지 복사’(carbon copier)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오늘날의 copy machine이 보급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여기서 파생한 ditto는 이제 일상 대화에서 ‘Same here’ ‘Me, too’의 뜻으로 ‘Ditto’(이하동문, 나도)라고 말할 뿐 본래의 용도는 거의 없어진 셈이다. 또 80, 90년대에는 가게에 들어설 때마다 ‘Smoking or non-smoking?’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지만 이제는 웬만한 건물이나 실내에서는 ‘금연’이 법률로 강제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묻는 것도 듣는 것도 흔하지 않다.
이동 수단으로 말을 타던 시절에는 ‘drive horses’라고 말하던 것을 이제는 drive a car가 대신하는 것도 언어의 변천이다. 지금도 전화를 끊으라고 할 때에는 ‘Hang up the phone’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이 또한 다른 말로 대체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기에 사인 해 주시죠’라고 할 때 ‘I need your John Hancock on this form’이라고 말하는 어른도 있지만 신세대에게는 이런 표현의 유래나 배경보다는 ‘Sign here, please’가 더 편하다. 변하지 않는 언어는 죽은 언어이고 언어는 변하기 때문에 항상 새롭게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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