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발생 후 피해자 모욕 발언도
법원 “위자료 등 1500만원 지급”
미성년자들의 혼숙을 허용한 모텔 주인이 성폭행 피해 소녀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청소년 안전 배려와 보호 의무를 어긴 불법행위를 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전지원)는 피해 청소년 A(당시 17세)양 측이 모텔 업주 장모씨를 상대로 낸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등으로 1,54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가해자) 조모군 일행의 모습과 몸을 가누지도 못했던 A양의 상태 등을 고려해 장씨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성폭력 범죄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장씨는 이들의 신분을 확인하지도, 투숙 목적을 묻지도 않고 혼숙을 허용해 범죄가 발생했다”며 “청소년인 A양에 대한 보호 의무나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조군 등 청소년 3명은 지난해 7월 새벽 3시쯤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길에서 A양 등 3명을 만나 인근 노래방에서 술을 마셨다. 조군 등은 A양이 만취하자 택시에 태워 장씨 모텔로 데리고 갔고, 장씨는 신분증 요구도 없이 방을 내줬다. 결국 A양은 모텔 방에서 조군 일행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
장씨가 사건 발생 뒤 가해자 모친과 통화하며 “어디서 놀던 애” “품행이 불량한 여자”란 취지로 A양을 모욕한 사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추가로 정신적 피해를 입게 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수긍했다.
장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데 이어 손배배상 책임도 지게 됐다. 조군은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실형(장기 4년, 단기 3년 6월)을 확정 받아 복역 중이고, 다른 가해자 2명은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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