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29)의 행선지는 알려진 대로 LG였다. 몸값 역시 역대 투수 최고 대우다.
LG는 14일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온 왼손 투수 차우찬과 4년 총액 9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55억원에 연봉 10억원의 조건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김광현이 SK에 잔류하며 받은 85억원을 뛰어 넘는 역대 투수 FA 가운데 최고액이다. FA는 아니지만 지난해 3월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에서 친정 KIA로 유턴한 윤석민의 90억원도 넘었다. 야수를 포함한 역대 FA 계약금액으로는 KIA 최형우(4년 100억원), NC 박석민(4년 96억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다.
차우찬은 LG와 접촉하면서 삼성 동료 윤성환을 기준점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환은 2014년 삼성과 4년 80억원에 계약한 바 있다.
차우찬은 이번 FA 시장에서 김광현, 양현종(전 KIA)과 함께 투수 ‘빅3’로 꼽혔다. 그는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한국과 일본, 미국에 각 1명씩의 에이전트를 두고 동시에 진로를 모색해 왔다. 국내에선 LG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몇 차례 협상 끝에 차우찬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단 해외 진출에 미련이 남아 있던 차우찬측은 “해외 진출에 실패할 경우 LG와 계약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가계약을 했다. 조건이 맞지 않았던 일본프로야구 진출이 먼저 무산됐고,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역시 별 소득 없이 막을 내리면서 김광현과 양현종에 이어 차우찬도 해외 진출 꿈을 접은 대신 KBO리그 초특급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삼성은 차우찬의 잔류를 최우선 목표로 잡았으나 KIA로 이적한 최형우에 이어 팀 내 핵심 FA 2명을 모두 잃게 됐다. 삼성은 최근 차우찬에게 제시한 금액까지 공개했다. 총액 100억원을 웃도는 계약 조건을 차우찬에게 제안했다는 내용이었다. LG의 발표액만 보면 차우찬은 삼성보다 좋지 않은 계약 조건에 LG와 손을 잡은 셈인데 이 점이 삼성과 결별한 이유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삼성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처음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삼성에 차우찬이 서운한 감정을 느꼈고, 삼성이 금액 공개로 응수하며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2006년 삼성에 2차 1라운드 7순위로 입단, 11시즌 동안 353경기에 등판해 70승 48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구력이 썩 좋지 않아 평범한 투수로 평가 받았고, 2015년 13승이 개인 최다승일 만큼 ‘특급 투수’의 지표와는 거리가 멀지만 몸값이 폭등하면서 엄청난 대우를 받게 됐다. 올 시즌에는 24경기에 등판해 152⅓이닝 동안 12승 6패 평균자책점 4.73을 남겼다.
차우찬은 LG를 통해 “LG에 입단하게 돼 기쁘고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게 돼 좋다”며 “마운드에서 팬 여러분께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LG는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 류제국에 이어 차우찬까지 가세하면서 정상급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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