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에 가스분말 뿌려… 주민 9명, 병원 치료
분말은 인근 쓰레기매립장서 누군가 갖다 놓은 듯
13일 밤 부산의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최루가스 소동은 친동생의 통장 연임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50대 남성이 벌인 행각으로 드러났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마을회관에서 가스 분말을 뿌린 혐의(특수상해)로 A(51)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3일 오후 8시 48분쯤 강서구 생곡동 생곡마을회관 1층 복도에 가스분사기의 분말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후 7시쯤 마을회관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말 감사보고 및 결산을 위한 대동회(마을회의)가 열렸다. A씨는 사회를 맡았다.
회의 도중 통장 연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A씨를 향해 “너도 같은 편이다. 동생도 통장을 그만두고 다시 뽑아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통장은 A씨의 친동생이었다.
1시간 30분 가량 회의를 마치고 주민 30여명이 남았고 A씨는 집에서 가스분사기의 분말을 담아둔 캡슐을 가져와 회관 1층 복도에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생곡쓰레기매립장에서 누군가가 가스분사기와 분말을 회관 사무실에 가져왔고, 이를 발견한 A씨가 자신의 집에 분말 찌꺼기를 따로 보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회관 사무실에서 가스분사기를 증거품으로 압수했다.
이날 가스를 흡입한 주민 9명은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가슴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들 주민은 대부분 60~80대 고령이었다.
가스 분말을 뿌린 직후 A씨는 집으로 돌아갔다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씨는 경찰에서 “사회를 맡은 내게 주민들이 손가락질하고 동생의 통장 연임까지 거론한 데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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