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가장 빠른 전파력으로 경기지역 가금류 농가를 강타하고 있다.
AI의 확산세를 멈추려 정부가 13~14일 세번째 ‘일시 이동중지(스탠드 스틸)’명령을 발동했으나,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3일 하루 만에 지금까지 가장 많은 9건의 AI 의심신고가 추가 접수됐다. 하루 평균 2~3건 수준에서 9건까지 급격하게 늘면서 농가들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14일 경기도에 따르면 전날 여주시 가남면 산란계 농가 2곳(75만 마리), 용인시 백암면 산란계 농가 3곳(50만 마리), 포천시 영북면 산란계 농가 1곳(3만7,000 마리), 안성 삼죽면 육용오리 농가 2곳(1만1,000 마리) 등 모두 4개 지자체 9개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당국의 간이검사 결과 6개 농장은 AI H5형 양성 반응이, 3개 농장은 검사중이다. 방역당국은 이들 9개 농가에서 사육 중인 닭과 오리 134만1,000마리를 다 살처분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경기지역에서 AI가 발생한 곳은 양주ㆍ포천ㆍ이천ㆍ안성ㆍ평택ㆍ화성ㆍ양평ㆍ용인ㆍ여주ㆍ김포 등 10개 시ㆍ군 62개 농장으로 늘었다. 이 중 H5N6형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8개 시ㆍ군 34개 농가이며, 용인ㆍ김포 28곳은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살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도 720만 마리로 증가했다. 이는 경기도 전체 사육 가금류 5,400만 마리의 13.3%에 해당한다. 살처분 보상비만 현재까지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그 동안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AI 피해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달 22일 양주에서 고병원성 AI가 첫 확진 된 이후 20일 만인 12일 살처분수가 500만 마리를 넘어선 뒤 이틀 만에 700만 마리까지 돌파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예전 AI는 추울 때 시작해 날씨가 풀리는 3~4월이면 소강상태를 보이다 소멸됐는데, 이번에는 11월부터 발생하고 전파력도 강해 예측할 수 없다”며 “경기 가금류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지나 않을 까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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